[기고]‘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가 단체휴진 불참하는 까닭
전국 대표적인 대학병원들의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는 18일 단체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 위험이 수십배 높아지는 뇌질환으로, 절대로 약물 투여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의사협회의 단체휴진 발표로 많은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은 혹시 처방전을 받지 못할까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갑작스러운 약물 투여 중단 시 사망률이 일반인의 50~100배로 높아진다. 뇌전증 증상으로 얼굴과 머리가 터지고 손가락을 잃은 환자를 보면 몇분 동안 말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뇌전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사들은 절대로 갑자기 휴진하면 안 된다. 항뇌전증약은 뇌전증에 대한 지식이 없고, 치료 경험이 없는 의사들은 처방하기 어렵고, 일반약국에서는 대부분 구할 수도 없다. 항뇌전증약의 일정한 혈중 농도를 항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단 한 번 약을 먹지 않아도 심각한 경련이 발생하며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정부는 단체휴진으로 처방전을 받지 못하는 뇌전증 환자들이 처방전 없이도 항뇌전증약을 구입했던 약국에서 이전 처방대로 차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환자들의 질병과 아픈 마음을 돌봐야 하는 의사들이 완전히 반대로 환자들을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의사들은 잘못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
전공의 사직 후 115일간 수많은 중증 환자와 가족들이 극심한 고통과 피해를 보고 있다. 이제 의대생과 전공의는 빨리 돌아오고 의협 등 의사단체들은 과학적 근거 수집과 분석으로 정부에 대항해야 한다. 2002년 2월 비정신과 의사들은 안전한 항우울제를 60일 이상 처방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가 갑자기 시작됐다. 그 후 한국의 우울 치료율은 최저로 떨어지고 자살률은 최고로 올라갔다. 항우울제 처방 규제를 완전 폐지하는 데는 2010년 국회 토론회(신상진 의원 주최)를 시작으로 2022년 12월까지 12년이 걸렸다. 그동안 세계 각국의 항우울제 처방 정보를 수집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료자문관 초청, 일본·홍콩 정신과 전문의 참여 국회 토론회, 덴마크대사관 항우울제 심포지엄, 국정감사 항우울제 질의응답(최연숙·신현영 의원 질의, 홍승봉 교수 참고인)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속 회의 등이 이뤄졌다.
부단한 노력과 과학적인 정보 수집 및 분석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의료계는 먼저 아픈 환자들을 살리고 전 세계 정보 수집, 전문가 토론회 및 과학적 분석을 통해 2026년 의대 정원을 재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전 국민의 공분을 피할 수 없고, 나아가 의료인을 포함한 전 세계인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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