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규제 풀어 부동산 직접 개발 허용

국토부 리츠 활성화안 발표
2·3기 신도시 업무·상업용지
리츠 사업자에 우선 제공 예정
데이터센터·공장도 투자 가능
정부, 매입 임대 12만호 공급

경기도 화성동탄 2구역에서 국내 첫 헬스케어 리츠 사업을 진행하는 엠디엠플러스가 지난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조감도. LH

부동산 투자회사인 리츠(REITs)가 앞으로는 부동산을 직접 개발해 임대·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 하반기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앞으로 2년간 빌라와 오피스텔 등 12만가구를 사들여 시세보다 저렴한 전월세로 공급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리츠는 다수 투자자에게서 소액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후 남은 운영수익을 배당하는 주식회사다. 이번 정부안의 골자는 사업성이 우수한 부동산 자산에 리츠가 먼저 개발·편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처음 내놓은 개념이 '프로젝트 리츠(개발 리츠)'다. 정부는 올 하반기 부동산투자회사법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해 리츠에 대한 개발 단계 규제는 확 풀고 운영 단계에서는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한 달 반 이상 걸리는 리츠 인가를 개발 단계에서 등록제로 한다.

지금은 리츠를 활용해 부동산을 개발하려면 변경 인가, 공시, 주식 분산 등의 규제 탓에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세워 진행한 뒤 리츠가 인수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기존 PFV는 주로 준공 후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는 반면 리츠는 임대 운영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보다 자기자본 비율이 훨씬 높다. 프로젝트 리츠를 통해 개발사업 안전성이 커지는 셈이다.

정부는 50%로 제한된 리츠 1인 주식 소유 한도도 개발 단계에서 없애기로 했다. 특히 프로젝트 리츠에 건설공제조합의 비주택 부동산 PF 보증 등을 통해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돕기로 했다.

리츠 투자 대상도 많이 늘어난다. 지금은 부동산투자회사법에 열거된 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리츠는 헬스케어와 데이터센터, 태양광·풍력발전소, 지방산업단지 내 공장에도 투자할 수 있다. 국토부는 관련법 시행령을 개정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2·3기 신도시 개발 시 입지가 좋은 업무·상업 용지는 리츠 방식 사업자에게 우선 제공된다. 부동산 시행사 피데스개발 대표인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이번 방안이 실현되면 리츠를 통한 부동산 개발사업이 안정될 것"이라며 "신도시 내 상업시설 개발에 리츠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츠 주주 배당을 자주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현재 회계 감사에 따라 연간 1~4회 실시하는 리츠 수익 배당을 매달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게끔 지침을 마련한 뒤 올 하반기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다만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츠 입장에서는 소액 투자보다 기관에서 큰돈을 투자받는 게 낫다"며 "이번 조치가 일반 국민의 리츠 투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보긴 어렵고 공급자 위주 개선안에 투자자 보호장치를 더한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매입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안도 의결됐다. 공급 물량의 70% 이상을 수도권에 집중할 계획이다.

저소득층과 청년에게 저렴한 월세로 공급하는 신축 매입 임대 목표를 7만5000가구로 잡았다. 신축 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전세로 공급하는 신축 든든전세 물량은 1만5000가구로 계획됐다.

[서진우 기자 / 김유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