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셧다운 피했지만 내일은 의협 휴진… ‘산 넘어 산’

김표향 2024. 6. 1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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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진 첫 날 "혼란 크지 않아"
여론 악화·내부 반발 등 부담 
공정위, 의협 위법 여부 조사
의협에 집단행동교사 금지령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휴진에 들어간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노조 게시판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서울대 의대 및 서울대병원 교수진이 17일 전체 휴진에 돌입했지만 우려했던 ‘셧다운’은 피했다. 하지만 곧바로 18일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전국적 휴진이 예정돼 있어 환자들에게는 ‘산 넘어 산’이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협을 신고하고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교사 금지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강남센터에서 교수 휴진으로 큰 혼란이 빚어지진 않았다. 당초 교수 절반가량이 외래진료와 수술을 연기 또는 축소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필수의료과를 비롯해 교수 상당수가 환자 곁을 지켰다.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교수들이 직접 예약 일정을 변경하다 보니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휴진인 줄 모르고 헛걸음을 한 환자도 있었다”며 “교수마다 상황이 제각각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고 전했다.

휴진까지 남은 시일이 촉박해 진료 일정을 조정하지 못했거나 환자 피해를 우려해 정상 진료를 한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진료과는 무기한 휴진을 예정했다가 주말 사이 결정을 뒤집어 18일부터 진료를 재개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최소한 22일까지는 휴진을 이어갈 계획이지만 참여율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거란 시각이 많다.

환자단체와 시민사회에서 휴진 철회 호소가 잇따르는 등 급격히 악화된 여론에도 교수들이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병원장이 휴진을 불허하고 병원 직원들이 예약 변경 업무를 거부하는 등 내부 반발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정말 부끄럽게도 갑작스러운 휴진 안내에 환자들이 받을 타격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휴진 기간 중에도 교수들은 병원에 상주하면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경기 수원시 한 병원에서 관계자가 18일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의협은 18일에 전 회원 휴진을 하고 서울 여의도에서 총궐기대회를 연다. 의협은 대국민 호소문을 내 “의사들만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료계의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개원의 휴진 신고율은 4%에 불과하지만, 평상시에도 휴진율이 6%가량인 데다 신고 없이 병원 문을 닫을 수도 있어 휴진율은 예상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129(보건복지콜센터), 119(구급상황관리센터), 1577-1000(건강보험공단) 등 보건의료 관련 콜센터와 응급의료포털 사이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통해 문 여는 동네병원과 비대면 진료 시행 기관 등을 안내하는 등 비상진료를 강화했다. 공공병원들은 병상을 최대치로 가동할 계획이다. 다만 의협 주류인 개원가는 경증환자 중심이고 휴진이 일시적이라 환자 불편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40개 의대 교수가 소속된 전국의대교수협의회도 의협 휴진에 참여하기로 결의했지만, 현장에선 대학병원 휴진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지역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휴진하는 교수는 극히 일부라 진료 일정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련병원 관계자도 “예정된 수술은 단 한 건도 취소되지 않았다”며 “병원장이 휴진 불허 지침을 공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에선 교수 225명이 18일에 진료를 취소하거나 축소했고, 다음달 4일부터 일주일간 전면 휴진에 돌입하기로 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들이 집단휴진 철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집단휴진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신고서와 증거자료 등을 받아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14일 복지부는 임현택 의협 회장을 비롯해 집행부 17명을 상대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교사 금지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의협 집단휴진이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거부 행위를 금지한 의료법에 위배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환자들은 물론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질병으로 이미 아프고 두렵고 힘든 환자들에게 집단 휴진으로 또다시 고통과 불안과 피해를 줘선 안 된다”며 휴진 철회를 호소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도 “정부는 현재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의정 대립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진지한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홍승봉 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 위원장은 기고문을 통해 “10년 후에 증가할 1%의 의사 수 때문에 지금 환자들이 죽게 내버려 두어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의사가 부족해서 환자가 죽는 것이지 의사가 너무 많다고 환자가 죽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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