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류현진과 함께 뛴 포수, 캐나다 야구 명예의 전당 입성…길거리 공연으로 뒷바라지한 부친의 덕

이상희 기자 2024. 6. 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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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시절의 러셀 마틴)

(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메이저리그 거포 포수로 한 시대를 장식했던 러셀 마틴(41)이 캐나다 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

미국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은 16일(한국시간) "캐나다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거포 포수로 명성을 날렸던 러셀 마틴이 오는 토요일(현지시간) 캐나다 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출신인 러셀은 과거 한국인 투수 박찬호(51), 류현진(37. 한화)과 호흡을 맞춰 한국 팬들에게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러셀은 박찬호와 2008년 LA 다저스에서 함께 뛰었고, 류현진과는 2019년 역시 다저스에서 함께 활약했다.

러셀은 200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7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았을 만큼 아마추어 시절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하지만 프로에 진출 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고, 그 결과 단 4년 만인 2006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했다.

데뷔 첫 해부터 팀의 주전포수로 활약한 그는 그해 총 121경기에 나와 타율 0.282, 10홈런 65타점의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수비부담이 큰 포수이기에 그의 공격지표가 더욱 돋보인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0.792로 좋았다.

러셀은 빅리그 2년차 징크스도 없이 지나갔다. 2007년 총 151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293, 19홈런 87타점으로 데뷔시즌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쳤다. 올스타에 뽑히는 영예도 안았고,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도 품에 안았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포지션별 최고의 타자에게 주는 실버슬러거까지 휩쓸었다.

하지만 2009년 타율 0.250, 7홈런 53타점으로 성적이 떨어졌고, 이듬해인 2010년에는 부상으로 97경기 출전에 그치며 성적도 타율 0.248, 5홈런 26타점에 그쳤다. 2년 연속 부진하자 다저스는 더 이상 마틴을 잡지 않았다.

결국 마틴은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며 새로운 곳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총 125경기에 나와 타율 0.237, 18홈런 65타점 OPS 0.732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한다.

하지만 마틴은 실력과 명성에 비해 계약 운이 없었다. 뉴욕 양키스에서 두 시즌을 뛴 그는 이후 피츠버그-토론토-LA다저스를 거쳐 2019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총 14시즌을 뛴 마틴은 총 1693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248, 191홈런 771타점 OPS 0.746의 성적을 남겼다. 성적이 말해주듯 거포형 포수였다. 마틴의 이런 업적과 성공은 어려웠던 그의 과거가 있었기에 더욱 빛난다.

마틴은 흑인인 캐나다 아버지와 백인인 프랑스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때문에 영어는 물론, 불어에도 능통하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마틴의 나이 두 살 때 이혼했다. 안정된 직업이 없던 마틴의 부친은 아들의 야구 레슨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지하철 역 등 노상에서 색소폰 연주를 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했다.

마틴은 과거 피츠버그 시절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내가 14세가 될 때까지 야구도 가르쳐 주셨는데 어렸을 때 야구클럽에 내야 하는 레슨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하철 역에서 색소폰을 연주하셨다"며 사람들이 주고 간 돈 중에서 동전들은 내가 분류해 인근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지폐로 바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마틴은 또 "아버지는 비록 풍족하진 않았지만 나를 위해 헌신했고, 내가 방과 후 집에 돌아오면 나를 데리고 인근 운동장에 가 야구를 직접 가르쳐 줬다.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해 늘 아침 일찍 사람들의 출근시간에 맞춰 지하철 역에 가서 색소폰을 연주했다. 아울러 내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게도 음악을 들려주며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등 마음이 정말 따듯한 분이었다"고 아버지와 함께 한 추억을 회상했다.

마틴은 "내가 박찬호와 호흡을 맞출 때 그는 불펜투수여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진 못했지만 그의 구속이나 볼끝의 움직임 등은 정말 훌륭했다. 게다가 그의 허벅지 굵기는 정말 엄청났다"며 옛 동료를 기억했다.

마틴은 이어 "박찬호는 야구도 잘했지만 유머 감각도 좋았다. 라커룸에서 내게 다가와 무언가 말하다 말문이 막히면 획 돌아서 가곤했다"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어서 그랬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박찬호의 그런 모습이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출신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마틴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야구와는 관계 없는 분야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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