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전시 자동개입’ 조약 체결설… 실체·강도·내용에 촉각
1961년 ‘조·소 조약’ 때 자동개입
소련 해체 등 겪으며 1996년 폐기
2023년부터 밀착 따라 우려 이어져
의전, 경제 등 분야 성과 과시 전망
金, 당 중앙간부학교 동행 가능성
전문가 “보여주기 쇼에 치중될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 위원장의 평양 방문 초청을 수락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통령 당선 이후 중국, 벨라루스 및 우즈베키스탄 방문에 이어 네 번째 방문국으로 북한을 찾았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이번이 두 번째다. ‘김정은체제’ 세 번째 정상회담이자 북한에서 하는 첫 정상회담인 만큼 양국 관계에 핵심적 결정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1960년대 동맹 관계에 준하는 군사, 경제를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양국 간 관계에 대한 재조정 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새로운 군사조약 체결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1990년 소련과 한국이 수교하고 소련 해체 등을 거치며 1996년 최종 폐기됐다. 조·소 동맹의 공백은 2000년 푸틴 대통령 방북으로 메워졌다.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재설정하는 새로운 조약을 체결했지만, 자동개입 조항은 없었다.
지난해부터 북·러 밀착이 심상치 않게 진전되면서 1960년대 자동개입 조항을 포함한 동맹 수준으로 다시 양국 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1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성 소통을 했다”는 내용도 이 같은 관측과 무관하지 않다.
대다수 전문가는 북·러관계의 전략적 강화를 이야기하면서도 1960년대 이전 수준으로 북·러관계가 복원된다는 관측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당장 동맹 선언이 나올 수는 없을 거라는 이야기다.
러시아가 북한과 고도의 군사협력을 맺기는 부담이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실제 조약 체결 가능성은) 예측하기 상당히 힘든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중국도 있고 하니까 러시아도 자동군사개입 조약을 맺기에는 상당히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정부에서는 한·미동맹, 한·미·일 관계를 군사 동맹 수준으로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북·러가 동맹 수준의 군사 조약을 바로 내놓을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건 시기상조”라며 “이번 회담에서는 화려한 보여주기식 쇼에 치중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러관계가 이제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번 회담 목적은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의전이나 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성과 과시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정상회담 당시 의전 수준에 더해,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4차례 방문한 당 중앙간부학교를 동행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당 간부를 육성하는 이 학교는 최근 교실에 김정은 초상화를 걸고 건물 밖에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를 내걸어 김정은 우상화와 사회주의 종주국과의 연대 강화 상징 등으로 해석이 분분했다. 한 전문가는 “실 내용은 없으면서 러시아와 사상적 역사적 유대를 보여주기 딱 좋은 장소”라고 했다.
김예진·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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