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인데…집단 휴진에 교수 바뀌어" 휴진 첫날 곳곳 환자 '패닉'
【 앵커멘트 】 "의사들은 결코, 환자들을 버리지 않는다." 의정 갈등 국면에서도 의료계가 줄기차게 강조해 온 말입니다. 무색하게도, 한국 의료계의 중심이라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늘(17일)부터 기약 없는 휴진에 돌입했습니다. 희귀병 치료를 위해 귀국했지만 갑자기 담당 교수가 바뀌기도 했고, 또 스스로를 "나약한 존재"라며 자책하는 일은 오롯이 환자 몫이 됐습니다. 현장을 떠난 의사들에게 묻습니다, 대체 누구를 위한 휴진인거죠. 첫 소식, 안병수 기자입니다.
【 기자 】 휠체어에 힘없이 앉아 하염없이 진료 대기 중인 환자의 뒷모습이 이번 사태를 말해줍니다.
서울 의대 교수 과반이 동참한 무기한 휴진이 시작되자,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한 피해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희귀 심장병 치료를 위해 귀국했지만, 휴진으로 담당 교수가 바뀐 환자는 분통을 터트립니다.
▶ 인터뷰 : 심방중격결손 환자 - "이것 때문에 나왔는데, 외국에서 진료받으러. 접수만 하고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순서를. 변경된 교수님한테 (진료받으려고)."
교수들이 휴진을 결의한 이번달 초, 갑자기 예약일은 물론 의료진까지 일방적으로 변경된 겁니다.
▶ 인터뷰 : 심방중격결손 환자 - "여기 나오기 1주일 전에 안 된다고, (예약) 취소를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아니 이렇게 취소하면 어떡하느냐 그랬더니 '지금 아시잖아요. 한국이 (의료) 대란'이라고."
서울대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았지만, 재수술할 교수가 사라져 황망한 경우도 있습니다.
▶ 인터뷰 : 척추질환 환자 - "이 수술을 해준 선생님하고 연결을 시켜줘야 지금 가든, 내일 가든, 일주일 후에 가든 할 텐데. 응급의학과 젊은 의사만 봤어요. 우리 허리 수술을 담당한 사람은 못 봤죠."
가까스로 교수 진료를 받더라도, 정작 수술해 줄 전공의가 없으니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 인터뷰 : 관절질환 환자 - "처치는 전공의들이 하잖아요. 근데 해줄 사람이 없잖아요. 나약한 환자잖아요. 환자인데, 제가 뭐라고 얘기를 해요."
환자들에게 악몽 같았던 오늘,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휴진 철회를 조건으로 의대 증원 재논의를 포함한 3대 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이탈했는데도 병원에 남는 건 천륜을 저버린 것이라는 강경 발언도 내놨습니다.
▶ 인터뷰 : 강성범 /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 "자식 같은 전공의, 학생들이 밖에 나간 지 4개월이나 돼 가는데, 그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교수는 병원에 남아 환자 치료나 계속하는 것이 천륜을 저버린…."
서울의대 교수들은 진료 일정을 1주일 단위로 변경하면서 기약 없는 휴진을 이어갈 방침입니다.
MBN뉴스 안병수입니다.
[ ahn.byungsoo@mbn.co.kr] 영상취재 : 김현석 기자 김진성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 그래픽 : 김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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