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회장이 키운 SK, 재판부 오판"…최태원, 대법서 반전 노린다

최동현 기자 박종홍 기자 2024. 6. 1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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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서 '100배 왜곡' 발생…최종현 기여도 10배↑·최태원 기여도 10배↓"
2심 재판부 판결 경정에도 "대법 가겠다"…분할 재산·비율 낮추기 '총력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 설명회에 참석해 상고이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24.6.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박종홍 기자 = "재산 분할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언급한 '치명적 오류'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부부공동재산 및 분할 재산 산정에 근거로 활용했던 대한텔레콤(SK C&C) 주식 가치 계산에 관한 부분이다. SK C&C는 그룹 지주사인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이자, 항소심 재판부가 판단한 최 회장 부부의 공동재산 약 4조 원 중 3조 원의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재산이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 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하였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의 발언은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주식 가치 산정의 오류'다. 재판부는 대한텔레콤의 성장 기여도를 측정하면서 1994년 11월 최태원 회장의 주식 취득 당시 가치를 8원,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 5650원으로 계산했다. 이를 토대로 선대회장의 기여도는 12.5배(8→100원),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는 355배(100→3만 5650원)로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8원→100원→3만5650원으로 이어지는 계산식에서 1000원을 100원으로 오산했다는 게 최 회장 측 지적이다. 대한텔레콤이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후 2007년 3월(1:20)과 2009년 4월(1:2.5) 두 차례의 액면분할을 통해 최초 명목 가액이 50분의 1로 줄었다. 이에 주당 가격은 400원(1994년)은 8원으로, 5만 원(1998년)은 1000원으로 환산해야 하는데, 5만 원만 '500분의 1'인 100원으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잘못된 계산은 '재벌 2세'인 최태원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탈바꿈시켰다고 최 회장 측은 주장한다. 정작 회사를 일으켰던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는 125배에서 12.5배로 축소됐고,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는 35.5배에서 335배로 과장된 것이다. 재판부가 이런 논리에 따라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 승계 상속받은 SK C&C 재산을 부부공동재산으로 봤다는 것이다.

최 회장의 입장에선 SK C&C 성장 기여도가 10배로 뻥튀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물려받은 고유 재산이 아닌 전처(前妻)와 나눠야 하는 '분할 재산'이 된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날 최 회장 측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1998년 5월 주식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으로 고친 판결경정결정정본을 송달했음에도, 최 회장 측이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고 반박한 이유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제공)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100원을 1000원으로 수정했을 뿐 SK C&C 주식 전체가 재산 분할 대상이라는 점, 노소영 관장에게 1조 3808억 원의 재산을 나눠줘야 한다는 점은 아직 변함 없다. 최 회장 측은 "경정 결정만으로 2심 판결의 심각한 오류를 해결할 수 없다"며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 측이 강경 모드로 법정 다툼을 예고한 배경에는 1조 4000억 원에 가까운 재산을 분할해 줄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지배구조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노소영 관장 몫으로 산정된 분할 재산 규모를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분할 비율을 낮춰야 SK그룹 경영권을 지킬 수 있어서다.

대법원이 수정된 기여도(최종현 125배·최태원 35.5배)를 인용하면 SK C&C 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분할 재산 규모가 1심 판결 수준(665억 원)으로 회귀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분할 비율이 달라지면 항소심 파기 사유가 된다는 것도 대법원의 법리"라며 "재판 결론을 당장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3조 원에 가까운 SK㈜ 주식이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큰 재산이 돼서 고유 재산이라고 보면 1심 판결처럼 (분할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SK C&C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보더라도, 최 회장의 기여도가 10분의 1로 낮아진 만큼 노 관장의 기여도 역시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SK그룹이 '300억 비자금'과 '6공화국 후광설'에 대해 전면 부인한 점도 노 관장의 기여도를 낮춰 분할 비율을 줄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 변호사는 "현재 판결의 (분할) 비율 부분을 유지하더라도 선대회장의 기여도 부분을 빼고 계산해야 되니 (노 관장 몫) 금액은 줄어들 것"이라며 "만약 SK㈜ 주식이 빠지게 되면 금액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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