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강대강 대치, 의료공백 더 악화시킨 의대 교수들

한겨레 2024. 6. 17. 19: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예고한 대로 17일부터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이어 18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지침에 따라 다른 대학병원 소속 교수들과 개원의들도 집단휴진에 가세한다.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최정점에 있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집단휴진은 초유의 일이다.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당시에도 상당수 의대 교수들이 의협 차원의 '의료계 전면폐업 투쟁'에 참여한 바 있지만, 이번처럼 교수들이 앞장서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집단휴진을 주도한 적은 없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7일 오전 서울대학교병원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쓴 ‘휴진을 시행하며 환자분들께 드리는 글’이 붙어 있다. 이날부터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예고한 대로 17일부터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이어 18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지침에 따라 다른 대학병원 소속 교수들과 개원의들도 집단휴진에 가세한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100일을 훌쩍 넘긴 데 이어, 의대 교수와 개원의들도 집단행동을 본격화한 것이다. 의료계와 정부, 그 어느 쪽도 사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힘겨루기만 이어가고 있어 애꿎은 환자들의 속만 타들어간다.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최정점에 있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집단휴진은 초유의 일이다.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당시에도 상당수 의대 교수들이 의협 차원의 ‘의료계 전면폐업 투쟁’에 참여한 바 있지만, 이번처럼 교수들이 앞장서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집단휴진을 주도한 적은 없었다.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이라는 요구안도 납득하기 어렵다. 내년 의대 신입생 모집 계획이 가까스로 확정됐는데 다시 이를 논의하자는 것은 더 큰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더군다나 ‘교육 가능한 수준으로 재조정’하자고 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조차 제시한 적이 없지 않나.

집단휴진을 벌이면서 마치 환자들에게 미칠 피해가 없는 것처럼 여기는 태도도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이날 서울대병원의 외래 진료는 한주 전보다 약 26% 감소했고 수술도 일주일 새 23% 줄었다. 암 환자들의 항암치료 일정도 많이 밀렸다고 한다. 국민과 환자들은 의료 공백으로 인한 불안에 떨고 있는데, 정작 교수들은 “병원이 완전히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다. 응급·중증 환자에 대한 진료만 이어가면 환자들의 피해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나. 더군다나 이들은 애초 22일까지만 휴진을 한다고 했다가 다시 이를 ‘무기한’으로 번복하며 혼선을 키우기도 했다. 국가공무원법이 준용되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최소한의 사회적 책무도 떠올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의료계 집단휴진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는 사실상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의료계의 집단휴진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구상권 청구 등 강경 대응에 나선다는 것 말고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의료 공백 사태가 더 장기화되면 환자들의 고통과 피해가 커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강 대 강 대치로 인한 파국을 막으려면, 정부와 의료계가 더 이상의 ‘명분 싸움’을 중단하고 대화 테이블에 앉아 사태 수습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