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사의 기억·연대’ 일깨우고 서울광장 떠난 이태원 분향소
서울광장의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지난 16일 499일간의 운영을 종료했다. 추모공간은 인근 부림빌딩 1층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 집’으로 옮겨간다. 합동분향소는 그동안 유가족과 시민들이 희생자를 기억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안전사회’를 위해 연대하는 공간이었다.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종료식에서 “이 분향소의 끝을 마주하며 새로운 시작을 열고자 한다”고 밝혔다. 유가족들 바람대로 추모공간 이전이 지연된 진상규명과 정의의 실현을 위해 더욱 단단한 ‘기억과 연대’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이 되길 기원한다.
이태원 참사는 2022년 10월29일 밤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귀한 생명이 국가의 부재 속에 스러져간 안타까운 참사였다. 정부가 인파 운집에 대비하지 않았고, 참사 발생 직전 위험을 알리는 경찰 무전도 무시했으며, 응급조치와 시신이송 등 참사 대응 내내 우왕좌왕한 인재였다. 유가족들은 슬퍼할 시간도 없이 숱한 모욕들을 견디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나서야 했다. 서울광장 분향소는 그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연대하고 투쟁에 나서는 언덕이었다. 독립적 기구의 진상조사를 담은 이태원특별법 국회 통과를 위한 빗속 삼보일배의 출발지였고, 유족들은 혹한에도 이곳에서 1만5900배를 했다.
하지만 국가는 내내 반대편에 있었다. 특별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한 차례 무산되는 곡절 끝에 참사 발생 551일 만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진상을 규명하고 마땅한 책임을 물으려는 유족들의 염원을 정부·여당은 ‘정치적’이라며 폄훼하고 방해했다. 참사 당시 지휘 책임 윗선인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달 말에야 정직 처분을 받을 만큼 책임 문제에 둔감했다. 서울시는 분향소 자진철거를 요구하며 유가족들에게 변상금을 부과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기억하지 않는 사회가 미래가 없는 것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억은 한 사회가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고 미래로 가는 토대가 된다. 하지만 부정을 은폐하려는 권력은 그 기억과 충돌한다. 시민이 사회적 기억을 위해 연대할 때만 권력의 부정의는 설 자리를 잃는다. 합동분향소의 499일은 사회가 참사와 희생을 어떻게 기억하고 안전한 세상을 위해 힘을 모을 지를 묻는다. 정부는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법적·정무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시민들의 기억과 연대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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