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꺼내든 카드는 `SK㈜ 주가 오류`… "액면분할 반영 안해"

윤선영 2024. 6. 1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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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상속 과소평가해 창업가 취급
액면분할 거치며 100배 주가 왜곡
전문가 "심각한 오류… 다뤄볼 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17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세기의 이혼소송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로 내놓은 것은 바로 1조3803억원에 이르는 재산분할의 근거인 주식 가치에 대한 계산 오류였다. SK㈜의 모태가 된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식 가치 산정 과정에서 100배에 이르는 왜곡이 발생했다는 것인데, 대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재산분할액은 지금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지에 근거해 최태원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측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 재산 분할의 핵심 재산이자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 주식에 대한 계산법이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최종현 선대회장은 장남인 최태원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같은 해 11월 당시 누적적자 수십억원 이상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2007년 3월(1:20), 2009년 4월(1:2.5) 등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 별세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회사 성장에 대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두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설명이다.

최 회장 측의 주장대로면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로 10분의 1로 줄어든다.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하는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최 회장 측의 발표가 있은 지 3시간여 만에 판결문을 급하게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오류를 인정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분할 비율이 달라지면 항소심 파기 사유가 된다는 것도 대법원의 법리"라며 "재판 결론을 당장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3조원에 가까운 SK㈜ 주식이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큰 재산이 돼서 고유 재산이라고 보면 1심 판결처럼 (분할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판결의 비율 부분을 유지하더라도 최 선대회장의 기여도 부분을 빼고 계산해야 되니 금액은 줄어들 것"이라며 "만약 SK㈜ 주식이 빠지게 되면 금액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신중론과 최 회장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혼재한다. 김형완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주식가치 산정도 있지만 결국 SK㈜를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시키느냐가 쟁점"이라며 "기본 법리는 혼인 중에 형성한 재산이 분할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노 관장이 SK그룹 성장 과정에서 운영에 직접 관여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희준 덴톤스 리 대표변호사는 "최 회장 측 주장대로라면 심각한 오류인 만큼 판결경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상고를 통해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며 "대법원은 법률심이지만 판단 과정에 있어서 논리적 오류 등을 살펴볼 수 있기에 충분히 다퉈볼만 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SK서린빌딩 사옥에서 열린 재판 관련 현안 설명회에는 최 회장이 깜짝 등장해 직접 해당 내용을 설명해 재계를 놀라게 했다. 총수의 개인사에 그룹이 나선 것도 이례적이지만, 총수가 직접 기자들을 상대로 설명한 것 역시 이례적이다.

최 회장은 전날 밤까지 참석 여부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번은 앞에 나와서 직접 사과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이번 이혼소송이 그룹의 명예와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슐리 렌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지난 4일(현지시간) '10억 달러 규모의 한국 이혼, 수치심에 실패했을 때 작동하는 방법'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 최대 기업 중 하나가 적대적 인수합병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저희는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다"며 "적대적 인수합병과 같은 위기로 발전하지 않게 예방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설사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충분히 막을 역량이 존재하는 만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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