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꺼내든 카드는 `SK㈜ 주가 오류`… "액면분할 반영 안해"
액면분할 거치며 100배 주가 왜곡
전문가 "심각한 오류… 다뤄볼 만"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17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세기의 이혼소송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로 내놓은 것은 바로 1조3803억원에 이르는 재산분할의 근거인 주식 가치에 대한 계산 오류였다. SK㈜의 모태가 된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식 가치 산정 과정에서 100배에 이르는 왜곡이 발생했다는 것인데, 대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재산분할액은 지금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지에 근거해 최태원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측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 재산 분할의 핵심 재산이자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 주식에 대한 계산법이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최종현 선대회장은 장남인 최태원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같은 해 11월 당시 누적적자 수십억원 이상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2007년 3월(1:20), 2009년 4월(1:2.5) 등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 별세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회사 성장에 대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두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설명이다.
최 회장 측의 주장대로면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로 10분의 1로 줄어든다.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하는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최 회장 측의 발표가 있은 지 3시간여 만에 판결문을 급하게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오류를 인정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분할 비율이 달라지면 항소심 파기 사유가 된다는 것도 대법원의 법리"라며 "재판 결론을 당장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3조원에 가까운 SK㈜ 주식이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큰 재산이 돼서 고유 재산이라고 보면 1심 판결처럼 (분할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판결의 비율 부분을 유지하더라도 최 선대회장의 기여도 부분을 빼고 계산해야 되니 금액은 줄어들 것"이라며 "만약 SK㈜ 주식이 빠지게 되면 금액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신중론과 최 회장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혼재한다. 김형완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주식가치 산정도 있지만 결국 SK㈜를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시키느냐가 쟁점"이라며 "기본 법리는 혼인 중에 형성한 재산이 분할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노 관장이 SK그룹 성장 과정에서 운영에 직접 관여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희준 덴톤스 리 대표변호사는 "최 회장 측 주장대로라면 심각한 오류인 만큼 판결경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상고를 통해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며 "대법원은 법률심이지만 판단 과정에 있어서 논리적 오류 등을 살펴볼 수 있기에 충분히 다퉈볼만 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SK서린빌딩 사옥에서 열린 재판 관련 현안 설명회에는 최 회장이 깜짝 등장해 직접 해당 내용을 설명해 재계를 놀라게 했다. 총수의 개인사에 그룹이 나선 것도 이례적이지만, 총수가 직접 기자들을 상대로 설명한 것 역시 이례적이다.
최 회장은 전날 밤까지 참석 여부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번은 앞에 나와서 직접 사과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이번 이혼소송이 그룹의 명예와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슐리 렌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지난 4일(현지시간) '10억 달러 규모의 한국 이혼, 수치심에 실패했을 때 작동하는 방법'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 최대 기업 중 하나가 적대적 인수합병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저희는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다"며 "적대적 인수합병과 같은 위기로 발전하지 않게 예방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설사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충분히 막을 역량이 존재하는 만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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