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100배 오류" 3시간 뒤…'세기의 이혼' 판결문 수정

오정민 2024. 6. 1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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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이혼 항소심 재판부 판결 경정 결정
1998년 대한텔레콤 가치 100원→1000원 변경
'1.4조 재산 분할'은 유지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17일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재산 분할 판단에 기초가 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고 지적하자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을 일부 수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은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1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이날 판결경정 결정을 내리고 최 회장과 노 관장 양측에 수정된 판결문을 송달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 측 주장과 같이 1998년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판결문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항소심 관련 그룹 입장 설명 간담회를 열고 항소심 재판부의 재산 분할 판단에 기초가 되는 대한텔레콤 가치 환산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판단, 재산 분할 비율을 잘못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재판부 결정에 기초가 된 대한텔레콤 가치 환산 과정에서 사실상 100배 수준의 왜곡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앞서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산정했다. 그러나 두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는 것이 최 회장 측 설명이다. 회계법인 청현의 한상달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같이 최 회장 측이 주장한 부분을 이날 판결문에서 수정했다. 그러나 재산분할 금액과 위자료는 바꾸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혼소송의 분할 대상 재산 가치는 재판이 끝날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만큼 현재 SK 주식 최종 가액은 1주당 16만원으로 동일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최 회장 측은 이날 항소심 재판부의 경정에 대해 "원심 판결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는 입장을 추가로 내놨다.

해당 오류가 단순한 숫자의 오기가 아니라 그 오류에 기반해 재산분할 대상 및 분할 비율에 대한 판단을 한 것인 만큼 판결의 전제가 된 주요사실에 대한 오류라는 게 최 회장 측 평가다.

최 회장 측은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SK그룹의 공식 입장 발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소심 판결 후 18일 만이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공식 입장 발표에 나선 데 대해 노 전 대통령과 SK그룹 간 정경유착을 인정한 항소심 재판부로 인한 그룹 이미지 추락 우려와 재산분할 여파로 SK그룹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등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항소심 판결로) SK그룹이 6공 비자금과 비호 아래 성장했다는 정의가 내려져 버렸다"며 "SK에는 15만명에 가까운 구성원과 많은 고객, 투자자가 있는데 진실을 소명하는 것이 SK 회사 차원의 숙제가 됐다"며 "이를 바로잡아 회사의 명예를 다시 살리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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