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나선 최태원 "항소심 치명적 오류 발견…바로잡겠다" [스프]
1조3천8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 분할. 이혼 소송에서 이런 판결을 받아 사실상 참패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자회견장에 깜짝 등장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90도로 인사했는데요, '사과'도 했지만 '상고할 결심'을 밝히는 자리였습니다. 최 회장은 항소심 판결에 '치명적 오류'가 있었다는 등의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깜짝 등장해 90도 인사한 최태원
"먼저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운을 뗀 뒤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했습니다.
최 회장이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공식 석상에서 사과한 건 처음입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상고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크게 두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하나는 "재산분할 관련해서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SK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SK 역사가 전부 부정당하고 '6공화국 후광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판결 내용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댔습니다.
첫 번째로는 재산분할 관련해서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습니다. 그 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치명적인 오류라고 들었습니다.
또 하나의 커다란 이유는 국민 여러분 아시다시피 '저희 SK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 통해서 이뤄졌다', '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판결 내용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러니까, 1조 원 넘는 재산 분할 판결의 전제가 된 주식 가치 계산에 오류가 있었고, 6공화국 비자금으로 SK가 성장했다는 오명을 벗겠다는 겁니다.
최 회장은 어제(16일) 밤까지도 기자회견 참석 여부를 고민하다가 오늘(17일) 아침에 참석하기로 최종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언론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생각, 재판부 계산 오류에 대한 확신 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 회장 측 "재판부 계산은 100배 왜곡"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설명에 나섰는데요,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 산정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식가치 산정이 잘못됐으니,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내조 기여에 대한 계산이 부풀려졌다는 겁니다.
대한텔레콤은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태원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고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된 2009년 11월 주당 3만5천650원으로 각각 계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1994년부터 최 선대회장 별세까지, 별세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각각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상달 청현 회계법인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천 원이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는 고 최종현 회장 시기 증가분이 125배이고 최태원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판부의 오류로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한다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설명입니다. 선대회장 기여분이 10배 늘고, 최태원 회장 기여분이 10분의 1로 줄어 100배 왜곡이라는 주장이 나온 겁니다.
결국,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의 승계상속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는데 '승계상속형 사업가'가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 측의 주장처럼 1998년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천원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판결문을 수정했습니다. 최 회장의 기여분도 355배에서 35.6배로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판결 결과까지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계산 오류가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며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최태원 회장 측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지면서 항소심 판결이 조금 흔들리는 모양새인데요, 대법원 선고에 관심이 커지게 됐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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