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조합 성취" 이제훈·구교환 선 넘은 희망의 '탈주'(종합)
조연경 기자 2024. 6. 17. 18:35
우리 모두가 찾고자 하는 '희망의 길'을 향해 달린다.
내달 3일 개봉해 올 여름 시장 첫 포문을 여는 영화 '탈주(이종필 감독)'가 17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 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베일을 벗었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비무장지대, 철책 반대편의 삶을 향해 생사의 선을 넘어 질주하는 북한군 병사 규남과 그를 막아야 하는 북한 보위부 장교 현상 사이에 벌어지는 숨 가쁜 추격을 94분이라는 알짜배기 러닝타임에 담아낸 '탈주'는 남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며 내일을 향해 질주하는 규남과, 자신의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추격하는 현상의 충돌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팽팽한 대립과 강렬한 공감 메시지를 선사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에 이어 '탈주'를 스크린 복귀작으로 내놓게 된 이종필 감독은 "어느 날 뉴스를 보는데 탈출을 위해 비행기 활주로에 잠입해 바퀴에 그대로 매달려 날아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 심정이 뭘까' 궁금했고, 그 즈음 친한 친구가 직장 다니는데 '회사 때려 치고 싶다'면서 술 취해 전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마음이 탈출을 원한 이들의 심경과 어느 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이야기구나' 싶어 연출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탈주'는 일반적으로 어떤 작품에 북한 측 인물이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남한 측 인물이 등장해 갈등하거나 화합하는 설정과 달리, 오로지 북한을 메인 배경으로 한다. "대한민국 캐릭터가 나오면 당연히 남북 관계로 비춰지고 이데올로기, 휴머니즘을 이야기 하게 되는데 '탈주'는 그 지점을 이야기 하는 영화는 아니다. 북한이라고 하는, 언어와 생김새가 우리와 같거나 비슷할 수 있는 특수 존재를 소재로 삼아 인간 자체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자기 의지로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탈주'의 근원적 욕망을 다루고자 했을 때 '이 배경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고민하게 됐고, 그 결과 실현하고자 했던 건 관객들이 꿈을 꿨는데 북한에 온 것 같은, 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영화로 따지면 남쪽으로 향하면서, 혹은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달려가면서 처음엔 악몽이었지만 굉장히 짜릿한 꿈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 희망의 바람을 이제훈 구교환이 함께 달렸다. '탈주'를 통해 작품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이제훈 구교환은, 앞서 이제훈이 청룡영화상 시상자로 참석했을 당시 후보석에 앉아있던 구교환을 향해 "함께 작품하고 싶다"는 공개 러브콜을 날린 후 실제 성사 된 캐스팅으로 유명하다. 이제훈은 청룡영화상 이전에도 여러 번 구교환에 대한 애정을 표했던 바, '탈주'가 그 버킷리스트를 이뤄준 셈이다.
이제훈은 "'탈주' 시나리오를 받고 상대 캐릭터인 현상 역할을 누가 하면 좋을 지에 대해 많은 상상을 했다. 그리고 시상식에서 사심이 가득 담긴 마음을 표현하게 됐다"며 "(구교환은) 당황스러우셨을 수도 있지만 너무나 같이 작업하고 싶은 열망이 컸다. 그래서 표현을 했는데, 현장에서 내가 날린 하트에 형이 또 하트로 화답을 해주셔서 '진짜 함께 작품 하면 너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형에게 시나리오를 보내 드렸을 때 금방 답이 와 그 또한 꿈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함께 촬영을 할 땐 '왜 이제서야 만났지? 진작 만났으면 이 행복이 더 빠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더라. 촬영 내내 너무 즐거웠다"며 "완성된 '탈주'에 대한 만족도도 크다. 무엇보다 '현상은 구교환 배우 아니면 할 수 없다. 이렇게 더 새롭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구교환이라는 사람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고 거듭 애정 어린 마음을 표했다.
이에 구교환은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통한다는 게 기적 같은 일 아니냐. 나는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이제훈이라는 배우를 염두하지 않은 적이 없다. 나도 나중에 (시상식 영상을) 보고 놀랐는데 제훈 씨 하트에 찐 표정을 보이더라. 심지어 이후에 진짜 시나리오까지 전달 받게 되니까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영화를 보면 규남과 현상의 전사가 있지 않나. 의도적으로 많이 나오지 않는데, 스핀오프, 프리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을 정도로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매 작품 자신 만의 스타일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이제훈 구교환은 성격 뚜렷한 규남과 현상 역시 이제훈의 규남, 구교환의 현상으로 만들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이종필 감독은 "규남은 겉으로는 티를 잘 내지 않지만 계속 직진하는 인물이다. 나에게 떠오른 문장은 '신념을 갖고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이었고, 나는 이제훈 배우가 그런 길을 걸어 온 사람이라 생각했다"며 "구교환 배우는 캐스팅을 위해 원래 단순 추적자로만 설계 됐던 현상을 입체적으로 탈바꿈 시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제훈은 "규남의 전사를 굉장히 많이 생각했다. 10년 가까이 군 생활을 하면서 '제대를 하면 내가 갈 길은 정해져 있는데, 난 그것을 원하지 않고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실패할지라도 해보자.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건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다'는 목표를 품는다. 그리고 지도에 탈주 할 수 있는 길을 세세히 담으면서 기록 한다. 수 많은 시간들을 왔다 갔다 하면서 방향을 계획하는데, 계획과는 무관한 사고가 터지고 가는 도중에도 우여곡절도 겪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가 여기서 잡히게 되면 내 인생은 끝난다' 항상 벼랑 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고, 그 벼랑 끝은 실제 배우로서 '이 작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구나' 다짐하는 마음과도 연결됐다. 뛰거나 싸울 때 녹록치가 않더라. 이렇게 더 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줘 속상하고 괴로울 때가 많았다. 규남의 입장은 배우 이제훈으로서 영화를 대하는 태도와 맞닿은 부분이 있었고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영화를 보면서도 응원하고 싶었고, 그 절박함이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구교환은 "현상은 여유있는 추격자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반대로 본인의 불안과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치장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사람은 한 가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내가 연기했지만 현상은 계속 궁금한 인물로 남겨지더라"며 "극 중 현상의 감정 역시 보편적이라 생각했다. 구교환으로서도 과거를 거쳐 미래에도 계속 통과해야 할 질문인 것 같다. 실제 나였더라도 규남을 추격하는 와중에 잠깐 잠깐 다른 시선과 눈깜빡임을 하지 않았을까 싶더라"고 털어놨다.
또 "셈을 갖고 다가가지는 않았지만 현상의 행동은 충분히 이해됐다"며 현상이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도 립밤과 핸드크림 등을 꾸준히 바르며 자기 관리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 대해서는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다. 내가 '탈주'를 택한 이유에는 제훈 씨도 큰 요소로 차지했지만, 감독님도 큰 요소가 됐다. 두 분 모두 텍스트 너머의 것을 나에게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캐릭터와 배우를 특별히 다뤄주고 아끼는 이종필 감독님 작품 세계 안에서는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신뢰했다.
이와 함께 '탈주'는 구교환과 미묘한 감정선을 잇는 송강과 함께 규남의 탈주를 우연히 돕게 되는 이솜 신현지, 그리고 장영남 등 배우들이 임팩트 있는 캐릭터로 특별출연해 흥미를 더한다.
이종필 감독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호흡 맞춘 이솜이 '탈주'에서 강렬한 캐릭터로 특별출연한 것에 대해 "특별출연이라 부탁하기가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시작은 '뭐해요…?'라면서 조심스럽게 근황 확인을 했고, 이후 감사하게도 먼저 하시겠다고 말씀을 주셨다. 너무 좋았고, 찍으면서도 즐거웠다"고 인사했다.
구교환과의 프리퀄을 외치게 만드는 송강에 대해서는 "현상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듦에 있어서 이 사람의 어떤 과거랄까, 내적 욕망이랄까, 마음 같은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인물이 존재하면 좋겠다 싶었다. 구교환 배우 표현을 빌자면 '팅커벨 같은 역할'이다. 처음엔 '여성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재미가 없을 것 같더라. 짧은데 임팩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지금 버전으로 설정했다"고 어필했다.
"실제로 만난 송강은 참 멋있더라. 감탄하면서 촬영했다"는 이종필 감독의 말에 구교환도 인정하며 "내 파트너가 송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래,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송강 만큼 그 시간의 서사를 보여주는 얼굴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흡족함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구교환은 "그런 날 있잖아요. 불 꺼 놓고 조용히 한 곳을 같이 응시하고 싶은 날"이라며 특유의 말투로 운을 떼더니 "영화를 혼자 봤다면 돌아오는 길에 혼자 음미하고, 친구와 봤다면 같이 이야기하는 추억과 극장에서의 경험을 올 여름 '탈주'를 통해 다시 드리고 싶다. 촬영할 때 지금 이 순간을 많이 상상했는데, 그 모든 긴장이 설레임이었다는 걸 영화를 보고 더 확신했다", 이종필 감독은 "'시간순삭'이라는 표현을 성취하고 싶었다. 긴박하게 즐겨 주시면 좋겠다"고 바랐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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