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NOW 구독중] 뉴미디어 만난 미술·인문학… 새 예술 장르 만들다
화려한 촬영기법 아닌 개성·소통 강조
콘텐츠서 자신의 소신·인생관 등 밝혀
스튜디오 대표·작가 등 다양한 활동도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을 찾아 참 구독을 추천 드리는 유튜브 '서평' 시리즈 '희대의 NOW 구독중'
책과 신문으로 대변되는 출판(PRINT)물에서 사진기, 레코드, 영사기의 기록(RECORD)물. 이어 라디오와 TV가 이끈 방송(BROADCAST)의 시대를 지나 현시대 언제 어디서나 유무선으로 연결되는 온라인 환경 및 스마트폰 중심의 OTT(Over The Top)까지 그리고 이후로도 변천의 역사를 지속할 것이 명백한 '미디어'와 같이 '미술' 또한 인류 문명의 발달과 함께 변화를 거듭해왔다. 석기, 청동기, 철기, 캔버스, 사진, 비디오, 레이저,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등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할 때마다 이를 창작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온 미술은 새로운 양식이나 사조가 그랬던 것 못지않게 이 미디어들의 진보에 의해서도 그 진로가 크게 바뀌어 왔다. 청동기 문명의 탄생은 브론즈 조각을 낳았고, 사진의 등장은 인상주의를, 텔레비전 문명의 탄생은 비디오 아트를 잉태했으며 PC와 스마트폰의 보급은 UI∙UX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사조를 이끌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 오늘날 다수의 미술 관련학과의 커리큘럼과 실습작품들은 캔버스와 붓, 연필보다는 태블릿과 터치 펜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디지털화된 이 결과물들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교우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덕분에 미술과는 전혀 인연이 없던 미디어 전공자인 필자에게 미대, 디자인 관련 학과에서 소셜미디어 및 뉴미디어 관련 강의를 맡아줄 수 있겠냐는 요청이 있었고 이후 지난해 초까지 약 4년여를 미술학도들과 함께했던 특별했던 경험이 있다. 여러 학기 캠퍼스에서 이들과 마주하며 느낀 것은 막연하게 그려오던 미대, 미대생의 모습과 사뭇 다른 그들의 고민들이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야 대학생이라면 누구든 당연히 갖는 감정이겠지만 필자가 감지한 것은 강도가 생각보다 센 편이었다. 분명 좋아서 선택했지만 한편 아티스트로, 한편으론 전공 관련 취업준비생의 선택적 갈래는 그 폭의 넓이와 의미가 너무도 다르기에 1차 적 고민이 있었고, 또 대게 예체능계가 그렇듯 이 두 가지 어느 쪽을 선택해도 이른바 노력을 뛰어넘는 재능 천재들이 상위에 포진한 것을 알고 있는 무한경쟁 시스템속에 어떻게 들어가고 또 살아남을 것인지 걱정들이 깊은 모습이었다. 엄살은 아니다. 미술관련 국내 구직사이트를 한번 살펴보면 갓 졸업한 미대생을 작가나 디자이너로 뽑는 공고는 희소하고 아동이나 청소년 대상 미술학원의 강사 모집이 대부분이다. 미대를 가기 위해 중고등 시절을 모두 바치고 이젠 진화된 프로의 길을 꿈꾸던 그들이 다시 그 '입시 미술'이라는 전장터로 재입성을 해야 할 상황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인생의 난제인 것이다. 그렇게 고충을 공유하며 매 학기를 진행하다 그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삶을 충분히 유지하면서도 작가로서 창작자로서 대중과도 자연스럽게 교통하는 새로운 장르 혹은 직군을 만든 선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 소개했던 채널, '이연LEEYEON'이었다. 강의에서 소개했던 영상은 '미대 졸업하면 뭐하고 살까? 개인적인 이야기'. 미술은 잘 모르는 다분히 미디어 전공 학자의 시각에서 제시한 것이었지만 이들은 분명 반응을 보였다. 같은 고민을 한 선배가 있고, 또 그런 고민을 그림과 이야기로 풀어가는 모습에 위안을 받고 희망을 본 것 같았다. 물론 전혀 딴나라 이야기처럼 듣던 학생들도 있었다. 당시가 2019년이었고 강의를 듣던 학생들중에는 어느덧 졸업생들도 배출되었다. 다들 잘하고 있을 거라 믿고 기원한다.
이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준 미술학도 선배의 채널 '이연LEEYEON'은 이후로도 인물 크로키와 수채화, 자신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그 특유의 따뜻하고 편안한 감성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사이 이 채널의 주인장은 직장인(디자이너)에서 자신의 스튜디오 대표, 그림과 글을 넘나드는 인기 작가이자 강연자, 또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로 계속 그녀만의 성장일기를 쓰고 있다. 'Drawing', 'Illustration', Radio'. 채널 아트에 새겨진 이 단어들. 그녀가 아니라면 이 조합은 꿰어서 이해가 힘들겠지만, 채널을 방문한 구독자들이라면 이 조합에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 확신한다. 미술과 인문학, 뉴미디어로 새로운 예술 장르를 열고 있는 '이연LEEYEON' 채널의 주인공 이연수 아티스트를 만나기 위해 '희대의 NOW 구독중'이 그녀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성북구에 위치한 아담하고 조용한 그녀의 작업공간이자 사무실인 '이연 스튜디오'를 들어서자 마자 사실 제일 궁금했던 것은 스케치북 위에 그녀의 손과 데생 연필만 등장하는 일명 '이연' 스타일의 제작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크로키와 그녀의 차분한 음성이 함께하는 이 독특한 영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다년간 애독자로 시청하면서 계속 궁금해왔던 터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 그런데 그 비밀은 역시 장비가 아니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약 2만 원대면 구입할 수 있는 '수직 촬영 거치대'에 그녀의 아이폰을 얹어놓은 것이 다였다. 그리곤 이연 채널에서 익숙한 스케치북과 펜, 그녀의 손이 전부다. 조금씩 변해왔지만 2018년 말 첫 영상을 올릴 때부터 이 틀은 그리 많이 바뀌지 않고 있단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다고 하면 장비 구매부터 서두르는 일반적인 입문자들과 달리 그녀는 그녀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고민하고 그에 맞추어 장비를 갖춘 경우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했고, 무엇보다 그림을 좋아하는 그녀가 선택한 접근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거나, 혹은 꾸준히 잘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이용자들과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이해한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점차 시청자들의 반응이 느껴지던 채널 개설 후 약 3개월 후 7만 구독자가 달성되던 시점, 그림과 손만 보여주던 그녀는 얼굴을 드러내며 구독자들과 교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작업공간과 주로 쓰는 도구들을 공유하면서 차근차근 구독자들과 벽을 허문다. 그림 채널이면서 크리에이터 이연이라는 사람에게 매력을 갖게 되는 그녀만의 마법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후 채널도 마치 영상 속에 등장하는 그림의 수처럼 차곡차곡 구독자가 늘어나며 성장한다. 솔직히 미대 학생들을 가르치며 이 채널을 소개했던 2019년만 해도 이렇게 조용하고 차분한 스타일의 채널이 지속 성장이 될까라는 기우를 필자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크리에이터들을 만나왔던 결과와 같이 역시 1인 미디어의 어필 포인트는 화려함이나 촬영 기법 같은 것이 아니라 성실성과 개성, 그리고 소통에 있음을 다시 한번 '이연' 채널을 통해 확인했다.
크리에이터 이연이 채널을 시작했을 때 그녀는 이른바 내로라하는 좋은 직장, 대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물론 채널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돌연 직장을 관둔다는 소식을 영상으로 처음 접했을 때는 애독자로서 한편 걱정도 있었다. 동시에 많은 콘텐츠들을 통해서 매회 자신의 소신, 인생관을 밝혀온 그녀였기에 나름 의미있는 선택을 했으리라 믿음과 응원도 함께 가졌다. 그 믿음을 그녀는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자신의 이름을 건 미술 스튜디오의 대표, 세 권의 책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자,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인기 교육자, 여기에 더해 자신의 채널로 선보였던 작품들로 개인전을 여는 아티스트로 다양한 활동을 구가 중이다. 그리고 이전 콘텐츠에서 밝혔던 혼자사는 삶의 소중함이라는 소신과는 조금 다른 결이지만 혼자보다 둘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준 멋진 동반자를 만나 올해 하반기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이기도 하다. 욕심이 많아 보인다 싶지만 그 욕심을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어가니 응원밖에 할 것이 없는 것이 애독자의 몫이다.
그런데 정작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장점, 단점을 물어보니 그녀는 '게으르다', '몰아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은 잘 못 한다'라고 자신을 정의한다. 다시 말하면 집중하려면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하고 몸과 마음이 평안한 상황을 만들어야지 억지로 몰아넣는 식으로는 잘 못한다는 것. 이렇게 말하면서 크리에이터, 작가, 강연자, 교육자, 대표, 아티스트의 다종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물었더니 실제로는 그냥 한가지를 열심히 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 말이다. 심지어 그림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글의 경우는 별도의 교육이나 공부를 한 것은 아니고 고등학교 때 논술 수업에서 배운 그대로 각 회차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제로 삼은 뒤에 마치 마인드맵이나 로직 트리처럼 자신의 생각들을 하나하나 번호를 붙여가며 2~4가지 정도로 차분차분 정리하고 다시 되새겨보는 식의 전개방식을 실천한 것 뿐이라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정리하고 나면 이에 맞는 그림을 그려서 후에 길이를 맞추어 편집한다고 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어떤 천재가 하고 싶은 대로 했더니 다 잘되더라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그렇기는 힘들다. 무언가 이 채널만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이 채널의 주인장 '이연' 크리에이터가 2022년 출간한 그림 에세이집 '매일을 헤엄치는 법'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내가 지금 이연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쓰기 때문이다. 이 일들을 하면서는 단 한순간도 흉내를 낸다는 생각을 한적이 없다. 그런 일을 하면 된다. 남들 보기에 멋진 일을 흉내 내는 사람보다, 스스로에게 맞는 재미있는 일을 해 나가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나에게 소속된다는 건 그런 일이다."
그녀의 그림, 이야기, 글은 특이하다기보다는 특별하다. 멋져 보이는 그 무엇이 아닌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그녀의 태도가 이 채널의 힘이다. 실제가 아닌,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골라 담는 것이 당연시되는 소셜미디어 속 인간군상들의 모습에 익숙해지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탈하게 전하는 그녀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채널과 채널의 주인공이 매력적으로 만들어지게된 배경인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홍수 속에 우리들이 얼마나 진짜 이야기가 아닌 보여질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고, 그래서 오히려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와 소신을 들려주는 것만으로 공감과 위로를 받는지를 실감하는 대목이다. 그녀는 그냥 그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뿐이다. 그녀처럼 살면 되는데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그림 그리는 유튜버 이연님과의 지면에서 못 담은 이야기는 곧 공개될 '희대의 NOW 구독중' 유튜브에서 살펴보시기 바라며 겁내지 않고 그림을 그리며, 매일을 헤엄치고, 두려움이 따르지만 멋지게 모든 일을 해내는 그녀와 만남은 한 줄 서평으로 대신한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 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 보석 같은 콘텐츠와 인물까지 찾아 참 구독을 추천 드리는 '희대의 NOW 구독중' 한 줄 서평.
"아티스트 이연, 뉴미디어에 미술과 인문학을 빚어 새로운 예술 장르를 짓다~!"
1인 미디어 생태계 곳곳을 누비는 '희대의 NOW 구독중'. 다음은 또 어떤 채널, 어떤 인물들과 만날지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 4월 개최한 그녀의 전시회 'The Blue Soul(푸른 영혼)'展은 6월23일까지 동탄에서 열린다고 하니 구독자분들에게도 그림 나들이를 추천 드린다.
이희대 광운대 OTT미디어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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