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무탄소 전원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과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청정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무탄소 전원 확대, 수소경제 활성화, 에너지효율 혁신 등 다양한 청정에너지 보급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말에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공개되어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무안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원전 등 신규전원 확충을 통해 무탄소 전원의 발전량 비중을 현재 40% 수준에서 2038년까지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실무안에서는 태양광·풍력을 2030년까지 2022년 실적치의 3배 이상인 72기가와트(GW), 2038년에는 120GW까지 대폭 확대하고, 신규 원전 3기(4.2GW) 및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무탄소 전원 보급을 위해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면서 친환경성, 경제성, 그리고 전력 계통의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과 고민이 엿보인다. 다만, 무탄소 전원 중심의 전력 시스템 전환이 실현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정책과제들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무탄소 전원의 대규모 확대에 걸맞는 전력시장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석탄이나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기반 발전 인프라에 맞추어 설계된 현재의 시장 제도는 더 이상 무탄소 전원의 대대적인 확대를 뒷받침하기 어렵다. 앞으로 원전, 재생에너지와 같은 경직성 전원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 안정적인 전력계통의 운영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무탄소 전원을 전력계통에서 안정적으로 수용하고 다양한 유연성 자원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력시장 제도의 선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실시간 및 보조서비스 시장의 개설, 가격입찰 방식으로의 단계적 전환, 용량 및 계약시장의 확대 등이 적기에 차질 없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둘째, 전기를 생산·전달하는 비용,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외부비용 등이 합리적이고 시의적절하게 전기요금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무탄소 전원에 대한 투자, 발전설비 및 수요처(특히 산업용)의 입지 선정, 다양한 전력 신산업 모델의 창출 및 확산은 합리적인 가격신호를 전제로 한다.
특히 전력도매시장과 전기요금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시장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전력도매시장 가격이 최종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전기요금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무탄소 발전설비를 수용할 수 있는 전력망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무탄소 발전설비를 아무리 확충해도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할 인프라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앞으로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므로 대대적인 전력망 확충은 필연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처럼 무탄소 전원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생산 부문의 인프라를 청정하게 바꾼다고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생산된 전력을 수요처에 전달하고, 이를 수요처가 원하는 에너지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는 물적 인프라, 그러한 물적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시장 제도, 무탄소 전원 중심으로 자원이 배분될 수 있게 하는 가격체계 등이 서로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끝으로,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청정에너지 시스템 전환의 방향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무탄소 전원으로의 전환은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을 넘어서 경제·사회 시스템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해 앞으로 나가야 할 청정에너지 시스템의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고, 연대 및 협력의 파트너십을 발휘해야 이러한 대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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