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자영업자 전직 돕고… 부채탕감 등 과감한 대책 필요 [벼랑 끝 자영업자, 경제위기 뇌관 되나 (中)]
대부분 1~2년 단기지원에 한계
소상공인 옥석가리기로 맞춤 지원
민간 서민금융 활성화 유도해야
■상생금융 등 늘렸지만 "근본해법 아냐"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이어지면서 금융권은 취약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대거 쏟아냈다. 코로나19 정부 방역조치 협조 과정에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2년 10월 신청 받기 시작해 지난 5월말 기준 6만8256명이 11조524억 규모 혜택을 받았다.
올 들어서는 은행권·중소금융권에서 받은 고금리 사업자대출을 저리로 바꿔주거나 일부 금리를 감면해주는 소상공인 대환대출과 소상공인 대출이자 환급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는 은행권의 사회공헌 활동 활성화로도 나타났다. '2023 은행권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 총금액은 1조63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969억원(32.1%) 증가했다. 특히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에 지원되는 지역사회·공익이 1조136억원(62.0%), 서민금융이 4586억원(28.0%)으로 전년 대비 각각 3000억원, 1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기댈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을 위한 1~2년짜리 정책이 대부분인 데다가 이들의 현실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보다는 '급한 불 끄기'에 치중했다는 점에서다. 금융당국이 추진한 새출발기금이나 신용사면 등 조치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정확한 신용평가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장은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전금은 국가가 인위적으로 장사를 하지 못하게 했으니 마땅히 지원해야 한다"며 "다만 이자 상환 유예나 만기 연장의 경우 조금씩 속도를 조절하거나 정말 어려운 곳은 엑시트(Exit·출구전략)를 동시에 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극화 해소 과감한 지원책 필요"
이에 전문가들은 우선 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이 폐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머지 기업에 더욱 과감한 금융지원을 하는 등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때라고 조언한다. 코로나19 이후 저리 대출이나 만기 연장·유예 등 부채에 의존한 정책은 부실을 이연할 뿐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장욱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문을 못 닫고 투잡 뛰는 분들이 많은데 폐업을 희망하는 분들은 원활하게 폐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시급하다"며 "중기부나 고용노동부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명할 수 있는 자영업자에게는 보다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만기 연장 기간을 아예 길게 10년으로 늘리거나 청년희망통장처럼 소상공인희망통장을 만든다면 (소상공인들이) 목돈을 만들어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재준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당장 어려움보다도 앞으로 기회가 막막하고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재정을 조금 쓰더라도 집합금지 명령 대상 업종에는 직접적인 채무조정을 10~20%라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민간 서민금융 활성화 유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남재현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정책금융 등을 확대해 급한 불을 끄는 게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민간의 서민금융이 그들을 대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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