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생률 10위 콩팥암, 1기 발견하면 5년 생존율 90%, 4기엔 20% 그쳐
6월 20일은 콩팥암 인식 제고를 위해 국제신장암연합(IKCC)이 정한 ‘세계 콩팥암의 날’이다. 콩팥암은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들어 내는 콩팥 실질(實質)에서 발생하는 암을 말한다.
중앙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에만 6,883명의 콩팥암 환자가 새로 발생했다. 콩팥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10대 암에 꾸준히 속할 만큼 발생률이 높지만, 인식률은 낮은 편이다. 콩팥암은 1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0%가 넘지만 4기에 늦게 발견화면 20%에 그친다. 김정권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콩팥암의 원인·진단·치료 등을 알아본다.
◇흡연·비만·고혈압 등이 대표적 위험 인자
콩팥암 위험 인자로는 흡연이 적이다. 담배를 피우거나 피운 적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콩팥암 발생 위험이 1.5~2배 증가한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음식물의 특정 영양소를 과다 섭취하는 것과 콩팥암 발생과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고열량 음식을 섭취해 비만이 되면 콩팥암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과일이나 채소류, 보통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음식은 발생 위험을 낮춘다.
고혈압도 콩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장기간 고혈압에 노출돼 콩팥 사구체(絲球體) 등에 병적인 변화가 생기면서 2차적으로 여러 가지 성장 인자 분비, 사구체의 발암 물질에 대한 민감도 변화 등으로 콩팥암이 생기는 것으로 여겨진다. 고혈압을 조절하면 콩팥암 발병 위험도 줄어든다.
◇증상 생겼을 때면 암 진행 가능성 높아···복부 초음파검사로 조기 진단 중요
콩팥은 복막 뒤쪽에 분리돼 있어 암이 상당히 진행할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콩팥암 증상으로 불리는 옆구리 통증, 혈뇨, 배에서 혹 덩어리가 만져지면 암 크기가 매우 커진 진행성 콩팥암일 가능성이 높다.
조기 진단을 하려면 복부 초음파검사가 가장 효율적이다. 건강검진 프로그램과 복부 초음파가 보편화되면서 콩팥암 조기 진단율이 크게 높아졌다. 초음파검사로 비정상적인 혹이 관찰되면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콩팥암으로 의심되는 혹 크기·위치·개수·주변 장기와의 관계·전이 유무 등을 정확히 평가한다.
콩팥암은 바늘로 몸 속 조직 일부를 흡입해 얻은 조직으로 현미경 검사를 시행하는 세침 흡인 생검은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 콩팥암은 내부가 불균질한 덩어리라 조직 검사로는 충분하고 정확한 조직을 얻기 어렵고, 아주 드물지만 콩팥암을 감싸고 있는 피막이 바늘에 의해 터지면 종양 세포가 흘러나와 바늘을 따라 파종(播腫)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음파검사·CT·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검사만으로도 대부분의 콩팥 종양을 진단할 수 있으며, 비침습적이기 때문에 생검보다 영상 검사가 선호되고 있다.
◇환자 상태·콩팥 기능·병기 등 고려해 최적 치료법 찾아야
이전에는 콩팥암이 발생하면 한쪽 콩팥을 완전히 제거하는 ‘근치적 신절제술’만이 효과적이며 안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암 재발률과 전이 발생률 등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서 암 발생 부위만 제거하는 ‘부분 신절제술’도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특히 부분 절제가 말기 신부전 발생 위험성이 낮고 이에 따른 2차적인 심혈관 질환 및 사망률 등도 현저히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 콩팥암 환자에게는 부분 신절제술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콩팥암 위치와 크기, 혈관과의관계, 주변 장기와 관계 등에 따라 개복·복강경·로봇 수술 등을 택하게 된다.
크기가 작은 초기 콩팥암은 절개 부위가 작고, 회복이 빠른 로봇 부분 신절제술이 효과적이다.
콩팥암 크기가 작고 전이되지 않았고, 고령인이거나, 다른 심각한 전신 질환이 있어 전신마취 수술이 어려우면 비수술적 방법인 ‘고주파를 이용한 침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고주파를 전달할 수 있는 침을 찔러 넣고 고주파를 이용해 암을 녹이는 방법으로, 수술로 완전 절제하는 것에 비해 재발률이 조금 높지만 비교적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이전에는 콩팥암에 방사선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최근 ‘체부정위 방사선 요법(Stereotactic Radiation Therapy)’ 기술로 원발 암과 전이성 콩팥암의 효과적인 국소 제어가 가능해져 고령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이성 콩팥암 치료에는 표적치료제가 주로 쓰였지만 세포감퇴신절제술(수술)과 병합해 다양한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표적치료제는 여러 암종에서 기존 항암화학제제에 비해 더 좋은 치료 효과와 낮은 부작용을 보여 왔으며, 최근 활발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특히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s) 같은 면역항암제는 전이성 콩팥암 환자에서 좋은 효과를 나타내기에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종양 미세 환경을 조절하고 면역 반응을 강화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치료법은 전이성 콩팥암 환자 생존율을 높이고 전반적인 치료 결과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조기 진단 땐 생존율 90%···금연·건강한 식사·규칙적 운동으로 예방
콩팥암 5년 생존율은 86.4%(2017~2021년)로 점차 개선돼 비교적 ‘착한 암’으로 불린다. 하지만 콩팥암 예후(치료 경과)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단 당시 병기다. 병기에 따라 완치율 및 생존율이 크게 달라진다.
초기인 1기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4기에 발견되면 다양한 치료를 모두 시행해도 최대 20%, 평균 생존 2~3년 정도로 예후가 매우 나쁘다. 콩팥암 치료 후 재발은 대개 1~2년 뒤 잘 발생하지만, 10~15년 뒤에도 전이나 재발이 발생할 수 있어 5년 이상의 장기 추적을 해야 한다.
콩팥암을 예방하려면 흡연하고 있다면 금연하는 게 중요하다.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상 체중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규칙적인 운동도 해야 한다. 콩팥암은 뚜렷한 증상이 없기에 1~2년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복부 초음파검사를 시행해 조기 발견·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콩팥암 예방을 위한 4가지 생활 수칙]
1. 담배 피우지 않기
2.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 관리하기
3. 고칼로리 음식은 지양, 균형 잡힌 식사하기
4. 정기적인 복부 초음파검사로 콩팥 건강 체크하기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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