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쪽 난 국회…여당도 야당도 '국회 파행' 책임 못피할 듯

정경훈 기자, 민동훈 기자 2024. 6. 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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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부터), 우원식 국회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구성 논의 등을 위한 회동에 자리하고 있다. 2024.6.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국회가 사실상 둘로 쪼개졌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맞서 국민의힘이 자체 특별위원회를 연일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 구성 협상은 좀처럼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원구성 합의를 위해 여야 중재에 나서고 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회를 차지한 데 이어 나머지 7개 상임위도 가져가겠다는 야당도, 구체적인 대안 없이 보이콧으로 일관하고 있는 여당도 국회 파행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원 구성 논의를 위해 회동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우 의장 중재에도 법사위 등 쟁점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여야는 끝내 이견을 보였다. 추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민주당은 지금까지 한 번도 진정한 협상의 자세를 보인 적 없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내일이라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어, 의원들이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맞섰다.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 실패로 이날도 국회는 본회의를 열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전체 상임위원장 18석 중 남은 7석의 선출하고 원 구성을 마무리 짓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국회 보이콧을 지속할 경우 나머지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이미 구성된 11개 상임위도 새롭게 구성하자고 떼쓴다"며 "자기들이 일하기 싫다고 남들도 일하지 못하게 방해하겠다는 심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달 말 교섭단체 대표 연설(24~25일), 대정부질문(26~28일) 등 일정을 진행하기 위해선 이번 주 안에는 원 구성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앞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며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간 것에 강하게 항의하며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국회 관행에 따라 제2당이 가져갔던 법사위원장 자리를 제1당인 민주당이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보다 강력한 여러 가지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면서도 "국민들도 이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 함께 해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상임위에 대응하는 15개 특위를 구성해 정책 행보를 독자적으로 벌이고 있다. 특위에서 정부 부처 실무자들과 논의해 민생 정책을 발굴하겠다는 의도다. 의료개혁 특위는 이날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의대 교수들의 전면휴진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개혁신당, 조국혁신당 등과 함께 상임위를 열고 있다. 이날도 민주당은 국회 일정을 보이콧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환경노동위원회를 열어 소위원회 구성과 국무위원 및 정부 기관 출석요구의 건 등을 의결하는 등 의사일정을 진행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현실적으로 상임위로 돌아가야 하는 '출구전략'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위 체제로는 정국을 주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근본적인 기능인 입법을 위해서는 각 의원이 법률안 심의를 하는 상임위에 참여해야 한다. 특위를 통해 정부 부처와 '정부 입법' 형태로 법안을 발의한다고 해도 결국 상임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 개각 시 반드시 치러야 하는 장관 인사청문회도 여당으로서는 고민거리다. 여당 의원들이 상임위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맹공을 막아줄 '방파제'가 없는 셈이어서다. 현재 행정안전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환경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이 개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총을 마치고 "(야당 주도 원 구성에 대해 항의성으로 진행한) 의원총회는 2~3일 정도 중단하겠다"며 "이날부터 20일 목요일까지 원내 대응 관련해 야당·국회의장님과 여러 형태의 대화가, 기회가 되면 협상 관련 대화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 의장도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가야 한다'는 민주당 일각의 강경파를 견제하면서 국민의힘을 설득하는 모양새다. 우 의장은 "상임위원장은 1당(민주당) 11개, 2당(국민의힘) 7개로 나누는 것이 합당하다"며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는 것은 지난 총선 국민의힘을 지지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여당은 국정을 책임지는 정당이다. 국회와 정부가 협력해야 하지만 대통령제에서 권한은 정부가 훨씬 크다"며 "여당의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수당이라는 사실이 책임을 더는 이유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선출 등 과정에서 관행을 어겼다는 국민의힘 말은 맞다. 그러나 민주당이 관행을 거부하고 '법대로' 상임위를 구성한다고 했을 때 국민의힘에게는 막을 수단이 없다"며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회 파행에 대한 책임은 민생을 책임져야 하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더 크게 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면 모든 법안이 야당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통과될 것이다.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국민의힘이 7개 상임위원장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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