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헌신 예우엔 '이념·정치' 배제···국민통합 주춧돌 삼아야"
<상> 국민·기업 함께하는 보훈강국
'국가유공자 복지 증진' 보훈기부법 개정안 시행
기업 사재출연 활용 가능···국민참여땐 공제 강화
일상에 보훈 스며든 英·佛처럼 제도 뒷받침 추진 상>
영국을 비롯해 호주·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들은 1918년 11월 11일 오전 11시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을 맞아 전쟁에 참여했던 참전 용사와 전사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영국 국왕과 캐나다 총리는 물론 모든 국민이 각자 직접 기부하고 받은 ‘양귀비꽃(포피·Poppy)’ 모양의 종이 모형과 브로치를 가슴에 단다.
‘빼빼로데이’로 우리에게 유명한 11월 11일은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리멤버런스데이(Rememberance Day)로 ‘포피데이(Poppy Day)’라는 애칭이 붙여졌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의 희생에 감사하며 예우를 표하는 동시에 좌우 진영과 정치적 이해를 뒤로 하고 ‘보훈’이라는 이름 아래 뭉쳐 전국적인 국민 통합 행사도 열린다.
특히 참전 용사들의 희생에 대한 감사와 예우의 상징인 ‘양귀비꽃’ 종이 모형과 브로치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구매하고 이렇게 모인 기금을 보훈 사업에 활용해 국가유공자의 복지 증진과 예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영연방 국가들은 일상 속에서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보훈 기부 문화가 자리잡은 셈이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국가 보훈 정책은 국민 통합과 단결의 구심점이자 주춧돌 역할을 하는 상징”이라며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분들을 국가가 충분히 보상하고 예우하며 그들의 애국 정신을 본받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가보훈부도 영국의 ‘포피데이’를 롤모델로 국가유공자의 복지 증진과 예우를 위해 기부 금품을 모집하고 국민과 기업 등 민간에서 쉽고 자유롭게 기부할 수 있는 보훈기부법 시행령 개정안을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보훈부가 지난해 6월 ‘처’에서 ‘부’로 승격하면서 최우선 목표로 추진한 것이 1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현행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개별 부처가 기부금을 모집하는 행위는 금지되지만 보훈 기금은 예외다. 이에 따라 민간을 대상으로 기업의 사재를 출연받는 등 기부금을 받아 보훈 사업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특히 보훈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개인이 기부할 경우 기존보다 공제 한도를 2배가량 높였다. 법인과 단체의 기부도 10%가 아닌 기부금 절반에 대해 세액공제하도록 제도화했다.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보훈 기부 문화 조성은 좌우 이념과 정쟁 대상이 아닌 ‘국민 통합’의 매개체”라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예우를 작은 돈이라도 국민과 기업들이 ‘십시일반’ 동참한 것으로 만들어 나가면 보훈 문화를 일상에서 꽃피우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서 가장 앞선 보훈 제도의 전통을 가진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 보훈 문화의 특징은 ‘기억의 정치(la Politique dumimoire)’로 압축된다. 그래서 보훈에 있어서는 좌우가 없다.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프랑스 정치권은 여야 구분 없이 군인과 전쟁 희생자들이 국가에 공헌한 만큼 이들이 국민의 이름으로 인정받고 국가의 예우와 복지, 보호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화했다.
이를 통해 국가유공자를 위한 각종 복지 지원과 예우 사업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적극 실행, 프랑스는 이제 전 세계로부터 “일상 속에 보훈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강한 국가에는 보훈 앞에서 좌우가 없고 뿌리 깊은 보훈 문화가 뒷받침하는데 프랑스가 대표적인 보훈 강국”이라고 평가했다.
최병완 보훈부 복지증진국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은 국민 모두가 국가를 위해 희생·헌신한 분들을 일상에서 기억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 모두의 보훈’을 실천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영국과 프랑스처럼 일상 속 보훈 기부 문화가 조성될 수 있게 제도적 뒷받침을 내실 있게 추진해 원하는 국민 누구나 손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보훈부는 그간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기업 연계 보훈 사업에도 공을 들여왔다. 국가유공자 주거 지원을 위해 대한주택건설협회·주택도시보증공사·한국해비타트·현대건설기계가 기부에 동참했고 자생의료재단은 의료 지원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LIG그룹과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생활 지원 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으며 에버랜드·CGV·메가박스는 국가유공자와 가족들의 문화 향유 사업에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보훈부 관계자는 “올해는 기업들의 기부금이 역대 최대인 16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무적인 것은 올해 4월 기준 기부 동참 기업 수도 32개로 지난해의 86% 수준에 달하며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폭염·폭우·폭설이 한번에…'역대급 기상변덕' 닥치는 '이 나라'
- 정부, 의협 회장 및 집행부 17명에 '집단행동 및 교사 금지' 명령
- 서학개미, 엔비디아 4400억 쓸어담았는데…일각선 '거품론' 솔솔
- [단독] 냉장고가 음성 듣고 레시피 '척척'…삼성전자, 온디바이스AI 가전 내년 출시
- '10년 후 나올 의사 1% 때문에 환자 죽게 둘건가'…'휴진 거부' 명의의 일침
- '죽은 여동생이 직접 와야 한다니'…콘서트 '황당 규정'에 분노한 오빠
- 고개 숙인 최태원 '재산분할 판결, 가치산정 치명적 오류'
- '내 딸 죽인 '거제 교제폭력' 가해자, 징역 갔다와도 20대…제2, 제3의 효정이 없어야'
- '래미안 원펜타스' 분양가 6736만원 확정…시세차익 20억
- '반쪽' 된 방시혁, 박진영 위버스콘 무대에 깜짝 등장…두 거물 한 무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