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김건희 논문’과 차기 숙대 총장
기말고사 기간이지만 숙명여대 학생들의 요즘 최고 관심사는 학내 총장 선거에서 최다 득표한 문시연 교수(프랑스언어·문화학과)의 총장 취임 여부다. 최종 결정은 오는 20일 숙대 법인인 숙명학원 이사회가 내린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숙대 석사다. 숙대는 김 여사의 미술교육학 석사 논문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의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2022년 12월 본조사에 착수했지만 지금껏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논문 검증’을 공약으로 내건 문 교수가 현 총장인 장윤금 교수(문헌정보학과)를 제치고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문 교수는 총장 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김 여사 논문 검증과 관련해 “총장이 되면 진상 파악부터 해보고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리하겠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96%가 넘는 학생들의 지지를 얻었고, 교수와 동문들로부터도 56~5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 여사 논문을 살펴본 숙대 교수들에 따르면 김 여사의 58쪽짜리 석사 논문은 표절이 확실하다. 논문과 단행본 몇권을 통째로 베꼈기 때문에 검증이 너무나도 쉬웠다. 무단 인용이나 짜깁기한 부분을 제외하면 논문에서 살아남는 문장이 별로 없다. 김 여사 논문이 표절 판정을 받아 석사학위가 취소되면 국민대 박사학위는 자동 소멸한다.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라고 번역한 김 여사의 박사과정 시절 논문과 박사학위 논문 역시 언급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숙대총장 선관위는 절차에 따라 1·2위 득표자인 문 교수와 장 교수를 숙명학원에 통보했다. 숙명학원은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두 명 중 한 명을 총장으로 지명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 교수가 차기 숙대 총장에 올라야 한다.
그러나 권력자 주변에서 하도 이상한 일이 많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혹여 ‘VIP’가 격노하고, 대통령실이 교육부나 숙대에 전화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제발 숙대생들을 화나게 하지 말라. 박근혜 정권 탄핵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과 대학 측의 불합리한 대응에 분노해 2016년 가을 이화여대생들이 일어난 것이 단초가 됐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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