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中일대일로 견제 … 유럽·중동·인도 경제회랑 속도
대규모 인프라 연결 프로젝트
가자전쟁 탓에 지연됐지만
美 주도 개발·투자 이행 다짐
바이든 "투자 규모 늘리겠다"
필리핀 등 참여국 수혜 예상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내놓은 주요국 인프라스트럭처 사업 '경제회랑'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의에서 직접 논의된 '루손 경제회랑'에 이어 인도와 중동·유럽을 잇는 경제회랑 구상이 본격적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주요 7개국(G7) 정상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발전된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해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과 같은 G7 핵심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과 투자 심화를 확고하게 촉진하겠다"고 선언했다.
IMEC는 지난해 9월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출범한 철도·항구·통신망 등 인프라 연결 구상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의 일환으로, 중국이 야심 차게 밀고 있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맞대응하는 프로젝트다.
이날 G7 정상은 IMEC를 포함해 PGI 차원에서 상호 협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G7 정상은 PGI의 효과적 실행을 위한 사무국 조직 설립과 민간 투자 유치 환경 개선, 개발 금융과 공동 자금 조달 강화 등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향후 IMEC 경제회랑을 구성하는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해 회의 당시 미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국은 IMEC 건립을 위해 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60일 내에 만나 관련 시간표와 행동 계획을 만들기로 했지만, 바로 다음달인 10월 가자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명시되면서 사업 진행이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MOU에는 IMEC는 기존 도로·해상 운송 경로를 보완하는 참가국 간 철도·선박 환적 네트워크를 제공해 인도·중동·유럽 간 상품 운송을 원활하게 만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철도를 따라 송전선·통신망 케이블, 그린수소 수출을 위한 파이프라인 설치 방안도 담겼다. IMEC가 당초 구상대로 현실화된다면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인도·중동·유럽 일대 공급망 안정과 경제 통합 증진, 일자리 창출, 탄소 저감 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도 정부는 올해 G7 정상회의 개최 이전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IMEC 구상 현실화를 추진해왔다. 최근 3연임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향후 수백 년간 세계 무역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IMEC 구상을 적극 강조하고 나섰다.
G7 정상은 PGI에 대한 투자 규모 확대와 더불어 IMEC 외에도 필리핀의 '루손 경제회랑', 아프리카의 '로비투 회랑' 등 다른 개발도상국 경제회랑 구축 사업에 대해서도 IMEC에 준하는 이행 계획을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백악관은 G7 정상회의 관련 성명을 통해 "지난 3년간 미국은 PGI 투자에 600억달러 이상을 동원했다"며 "2027년까지 2000억달러 목표를 향해 계속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G7은 PGI 투자 확대 외에도 향후 10년간 세계은행이 개도국을 위한 신규 대출을 700억달러 규모로 늘릴 수 있도록 국가별로 내부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특히 루손 경제회랑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의 분쟁이 심화하면서 인도·태평양 권역의 첫 PGI 적용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4월 첫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공식화된 루손 경제회랑은 미국과 일본이 필리핀 수비크만, 클라크, 마닐라, 바탕가스로 이어지는 루손 회랑 일대 항만·철도 등 주요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청정 에너지, 반도체 공급망 등에 대해 투자하는 프로젝트다. 루손 경제회랑에 속한 수비크만, 마닐라, 바탕가스 지역 항구는 전체 필리핀 항구 물동량의 약 80%를 처리한다.
회랑
지정학에서 타국 영토나 해안 지대로 나갈 수 있는 폭이 좁고 길이가 긴 지역을 의미한다. 예컨대 내륙국가에서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좁은 육지 영토를 지칭하기도 한다.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
2022년 6월 미국 주도로 주요 7개국(G7)이 출범한 중국 일대일로 견제용 프로젝트. 2027년까지 미국 2000억달러, 유럽 3000억유로 등 약 6000억달러(약 777조원)를 투자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 주요 지역 이름을 따서 '○○회랑'으로 불린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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