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홍수 속 9년째 매각 난항···눈높이 낮춰 '엑시트' 노린다[시그널]
◆ MBK 점포 3곳 1100억에 팔아
홈플 실적 악화···재무부담 커져
몸집 줄여 해외업체에 처분 추진
이마트·롯데마트 일부매장 정리
11번가·SSG닷컴도 시장 나와
유력 인수후보 알리·테무 거론
[서울경제] 이 기사는 2024년 6월 17일 17:37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시장에서는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점포 3곳 매각이 하반기 유통 업계 인수합병(M&A)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 매각 규모만 보면 3곳을 합쳐도 1100억 원에 그쳐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MBK가 유통점 매물 홍수 속에서 눈높이를 조금 낮춰 점포를 처분한 데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MBK로서는 홈플러스의 군살을 최대한 제거해 한국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업체에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유통 업체가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전환과 맞물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수 있느냐가 하반기 M&A의 성패를 가를 요인으로 꼽고 있다.
17일 대형마트 3사의 점포 수는 △이마트 131곳 △홈플러스 129곳 △롯데마트 111곳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이마트가 11곳,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각각 11곳, 14곳 줄어들었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전환 여파와 쿠팡 새벽배송의 약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커머스 업체의 진출로 오프라인 매장 입지는 급격히 위축됐다.
실제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도 9년째 매각에 난항을 겪어왔다. 동병상련인 동종 업계에서 홈플러스 인수 의향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이번 3개 점포 인수자가 결국 부동산 개발 업체인 데서 잘 드러난다.
홈플러스의 실적은 악화 일로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994억 원, 당기순손실은 5742억 원이나 됐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일반적으로 PEF들은 기업 인수 뒤 3~5년 후에 매각해 자금을 회수한다는 점에서 MBK의 남모를 속앓이가 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인수에 7조 원 넘게 투입한 MBK로서는 엑시트가 하염없이 밀리자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점포 하나당 400억 원 정도를 받았다 치면 예상보다 상당히 낮은 가격”이라며 “MBK가 조금이라도 덩치를 줄여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최근까지 20여 개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해 약 4조 원을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알짜 슈퍼마켓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도려내 분할 매각에 나섰다. MBK와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이달 중 잠재 인수 후보 기업들에 투자 안내서(티저레터)를 발송할 계획이다.
현재 시장은 유통점 매물 홍수라는 표현이 빈말이 아닌 상황이다. 롯데마트는 경기 권선점, 경남 웅상점의 옥외 주차장을 매물로 내놓았고 슈퍼마켓 점포 중에서도 경기 평택 안중점과 충남 태안군 태안점이 매각 대상으로 분류된다. 이마트 역시 올해 임대차계약이 만료된 상봉점과 천안 펜타포트점은 재계약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SK그룹의 11번가나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등 또한 새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올 하반기 금리가 인하될 경우 자금 조달 여력은 생기겠지만 이들 기업이 최소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의 몸값을 부르는 만큼 투자 유치 과정은 험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이 바로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이 국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신선식품 유통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매물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MBK 측은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접촉했다는 소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시장이 보는 관점은 좀 다르다. 결국 해외 업체를 빼면 유력 인수 후보군은 찾기조차 어렵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반응이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 구매 금액은 3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1.2% 증가했다. 국내 e커머스 월간 사용자 수 역시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쿠팡·11번가·G마켓·티몬·알리익스프레스 순이었지만 지난달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쿠팡 다음인 2등에, 테무는 4위에 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업계에 지각변동이 생긴다면 그 중심에는 중국 e커머스 업체가 연관돼 있을 개연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천민아 기자 min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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