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이제훈·구교환 투샷→장르美 최대치…처절·짜릿한 추격 협주곡[종합]

김보영 2024. 6. 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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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구교환, 이종필 감독, 이제훈.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모두가 손꼽아 기다린 이제훈과 구교환의 투샷이 결실을 맺어 세상에 나온다. 이 악문 이제훈의 독기, 구교환의 여유로운 카리스마가 선사할 매혹적인 긴장에 기대가 쏠린다. 쫄깃한 관계성, 팽팽한 앙상블, 집요한 레이스로 완성한 우아하고 짜릿한 추격의 협주곡,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의 기자간담회에는 이종필 감독과 배우 이제훈, 구교환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운명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이 그려내는 팽팽한 대립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과 함께 공감, 뭉클함을 자아낸다.

북한을 배경이나 소재로 한 작품들은 많았지만, 주로 남북 관계를 통해 이데올로기 갈등과 휴머니즘을 조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탈주’는 북한을 배경으로 내세운 기존 영화들의 공식을 완벽히 비껴간다. 극을 구성하는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북한 군인이며, 남한의 인물들은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 군 생활 10년 후 전역을 앞뒀지만, 사회가 암묵적으로 정한 계급 때문에 전역 후의 삶에서조차 희망이 없는 북한 군사 ‘규남’과 그를 집요히 쫓고 옥죄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관계성과 줄타기가 골자다.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 선택의 자유가 있는 삶을 살고자 발버둥치는 규남의 질주에 오롯이 역량을 집중한다. 또 우아하게 날개를 펼친 채 하늘 위에서 먹잇감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독수리처럼, 규남의 발자취를 맹추격하는 현상의 복잡한 심리 변화도 함께 담았다.

(사진=연합뉴스)
이종필 감독은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과정을 묻자 “이걸 시작할 때쯤 우연히 해외 토픽을 봤는데 남아프리카 청년들이 유럽에 밀입국하려 활주로에 잠입했고, 비행기 바퀴에 몸을 매달린 채 떴다는 기사였다. 바퀴에 매달린 청년들의 심정이 궁금했다”며 “또 비슷한 시기 한 친구가 직장을 때려치고 싶다며 술에 취해 운 적이 있었다. 그 친구의 마음이 ‘탈주’에 나오는 인물 규남의 마음과 비슷할 거 같더라. 그를 통해 이게 보편적인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탈주’는 이제훈과 구교환의 러브콜이 성사돼 두 사람이 합을 맞춘 작품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앞서 이제훈은 과거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했을 당시, 구교환에게 함께 같은 작품에 출연하자고 공개 러브콜을 보내 눈길을 끈 바 있다. 이제훈이 구교환에게 손하트를 날렸고, 이를 손하트로 구교환이 화답하는 모습으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탈주’ 캐스팅 소식이 전해져 응원을 받기도 했다.

이제훈은 남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며 내일을 향해 질주하는 북한병사 규남 역을 맡았다. 구교환은 자신의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추격하는 현상 역을 맡아 이제훈과 쫓고 쫓기는 집요한 추격 액션을 펼친다.

이제훈은 “제가 ‘탈주’ 규남을 맡은 상태에서 현상 역을 누가 하면 좋을 지에 대해 많은 상상을 했다. 저의 사심이 가득 담긴 표현이 시상식 때 있었다”며 “너무 당황스러우셨을 수도 있지만 제가 구교환 배우와 너무 같이 작품하고 싶은 열망이 커서 표현했는데 현장에서 하트 날린 걸 구교환 형이 너무 기쁘게 하트로 화답해주셔서 함께 작품하면 너무 좋겠다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이에 감독님, 제작사 분들에게 탈주를 같이 할 수 있게 제안을 해보자 했는데 시나리오 보내드리고 금방 답이 왔다. 너무 꿈 같았고 촬영 때도 왜 이제야 만났지 싶었다. 더 빨리 만났다면 행복이 빠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촬영이 재밌었다”며 “저희 둘이 연기한 모습을 화면으로 보니까 현상이란 역할은 구교환 배우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이종필 감독은 구교환의 캐스팅 과정에 이제훈의 적극 제안이 컸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구교환 배우는 제훈 배우님이 원했었다. 청룡영화상 전에도 부산영화제 인터뷰도 봤는데 그 때부터도 오랫동안 원하셨고 제훈 배우님 뿐 아니라 저도 너무 같이 항상 하고 싶었어서 제안드렸다”며 “시나리오 드리기 전 현상 역은 단순한 추적자 캐릭터였었다. 그래서 그 상태로 주면 안 할 것 같아서 캐스팅을 위해 입체적으로 시나리오 각색을 많이 했다. 그렇게 만족스럽게 함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이제훈의 러브콜을 받고 영화 ‘탈주’에 출연한 소감을 묻자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통하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제훈 씨가 청룡영화상에서 하트를 날려주셨는데 저 역시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사실 이제훈이란 배우를 염두에 두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래서 사실 시상식에서 러브콜을 받았을 때 찐 표정을 지을 정도로 저도 놀랐는데 그 순간이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며 “심지어 시나리오까지 전달받으니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작업하면서 규남과 현상의 전사가 있는데 이번 영화에선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의 전사를 다룬 프리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을 정도로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제훈은 ‘탈주’에서 러닝타임 94분 내내 뛰고, 구르고 몸을 날리는 고군분투를 펼친다. 타고난 사격 실력과 위기를 모면하는 순간의 기지로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치면서도 ‘내일’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는 규남의 독기를 눈빛과 온몸으로 표현한다.

(사진=연합뉴스)
이제훈은 “연기하며 규남의 전사를 많이 생각했다. 전역 후 갈 길이 정해져 있는데 그걸 원하지 않는 인물, 그래서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고자 실패해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그게 탈주라고 생각했다”고 캐릭터에 접근한 과정을 전했다. 이어 “여기서 잡히면 내 인생이 끝난다, 벼랑 끝이란 생각으로 연기를 한 것 같다. 저 역시 이 작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으로 임했다”며 “달리고 구르고 몸을 날리며 하는 액션들이 녹록지 않더라. 마음은 앞서는데 체력, 육체적으로 받쳐주지 않을 때 괴롭고 속상한 적이 많았다. 내가 다치면 이 작품이 멈추고 완성되지 못하니까. 그래서 이 영화를 촬영하며 배우 이제훈으로서 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규남이 이 세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와 비슷하다는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절박히 연기하며 규남의 긴장감이나 마음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며 작품에 진심으로 임했음을 고백했다.

이종필 감독 역시 이제훈의 투혼에 대해 “옆에서 지켜봐서 아는데 정말 극한이었다. 하도 뛰고 뛰어서 사람이 걷지 못할 정도인데도,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복서가 다시 링에 오를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 더 뛸 수 있다고 말하는 모습이 짠했다”며 “연출자로서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동시에 궁금하기도 했다. 왜 저렇게까지 할까, 제훈 배우는 이야기 나눠보면 영화에 진심인 사람이고 규남, 탈주란 영화를 통해 그런 마음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그를 달리게 한 게 아닐까. 감사하다고 이야기드리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사진=연합뉴스)
구교환이 맡은 현상은 규남을 집요히 쫓아가며 내면의 탈주와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 구교환은 “현상이 갖고있는 감정은 생각보다 보편적이라고 생각했다. 계급을 떠나서라도 과거, 미래에도 통과해야 할 질문인 것 같다. ‘만약에 나라면?’이라고 생각하면 저는 규남을 추격하는 와중에도 잠깐잠깐 다른 시선과 눈의 깜빡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셈을 갖고 계산하며 다가서진 않았고, 규남 역의 제훈 배우와 감독님이 그때그때 디렉션을 날카롭게 꽂아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오히려 현상이 추격을 하면서는 규남을 질투하기도 했던 것 같다. 제가 품고 있던 마음으로선 규남을 부러워하고 질투했었을 것 같다는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이종필 감독은 “지난해 하반기께 영화가 완성됐고 빨리 극장 개봉을 하고 싶었다. 사실 ‘서울의 봄’이 흥행되기 전 극장 개봉이 괜찮을까 싶었다. 그러다 여름에 개봉하게 됐다”며 “북한의 오물 풍선 사건이 있지만 이게 긍정적이 될지, 부정적이 될지 모르겠다. 영화는 이데올로기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저 재미있게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탈주’는 오는 7월 3일 개봉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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