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집단휴진에 속타는 환자들…"심장 진료 취소돼"
병동은 '텅텅', 교수실 앞엔 '외래 휴진' 안내
일부 교수들 오전에 '휴진 결의' 집회 참여
속 타는 환자들…"어떻게 서울대병원이 이러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산하 4개 병원에 소속된 일부 교수들이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 등을 요구하며 집단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환자들은 "어떻게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를 두고 휴진에 나설 수 있냐"며 의료공백에 따른 불안을 호소했다. 일부 환자들은 실제로 진료가 취소되는 등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병동은 텅 비고, 교수 진료실 문 앞엔 "외래 쉽니다"
집단 휴진 첫날인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어린이병원 1층 소아 비뇨의학과엔 대기 환자가 거의 없었고 암 병동 갑상선암센터, 혈액암센터 등도 텅텅 비어 있었다.
어린이병원 1층에 있는 일부 진료실 앞에는 "외래 진료 휴진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본관 순환기내과 앞 암병동 갑상선센터, 혈액암센터 앞 등 병원 곳곳에는 교수 비대위가 게시한 '휴진을 시행하며 환자분들께 드리는 글'이 붙어 있었다.
비대위는 대자보에서 "휴진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으시는 모든 분들께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이번 휴진은 (교수로서의) 책무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절실한 외침이다. 이익을 지키거나 힘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진료를 쉬는 대신 오전에 서울대 의대에서 휴진을 다시 한번 결의하는 집회를 열고, 오후에는 '전문가 집단의 죽음'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비대위는 응급·중환자 진료, 진료지원, 기초의학교실을 제외한 진료 담당 967명 가운데 참여 교수의 비율은 54.7%(529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또 수술실이 없는 강남센터를 제외한 3개 병원의 수술실 가동률이 기존 62.7%에서 33.5%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집단 휴진에 따른 진료 일정 변경은 교수들이 직접 진행했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김영태 병원장이 집단 휴진을 불허한 데다가 병원 노동조합에서도 "진료 일정 변경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지난 4월 30일에는 비대위에서 더 이상의 휴진은 없을 거라고 얘기했기도 하고 환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협조했지만 3주 만에 또 무기한 휴진을 한다고 하니 더 이상 협조할 수 없었다"며 "지난주 월요일부터 조합원들한테 진료 일정 변경을 도와주지 말라고 독려했다"고 밝혔다.
"6개월 진료 기다리다 눈 실명"…흉부외과 진료 취소된 환자도
제씨가 보여준 휴진 안내 문자에는 "인근 병원에서 동일하게 약제 처방 받아서 드셔야 할 것 같다"며 "재진 날짜는 1개월 이내로 다시 잡는 경우 재휴진 가능성이 있으니 8월 16일 이후로 잡는 것을 권유 드린다"는 내용이 있었다.
안과 앞에서 만난 김계순(79세·가명) 씨는 "눈이 아파서 진료를 예약하려고 했으나 (의정 갈등으로 인해) 그렇게 오래 걸려서 6개월 만에 (병원에) 왔다"며 "진료 날짜를 기다리는 중이었던 보름 전에 눈이 아주 안 보이게 됐다"고 울먹였다.
요양보호사와 함께 실명 확인서를 받으러 왔다는 김씨는 "처음 휴진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떻게 서울대병원에서 이럴 수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떻게 환자들을 두고 이러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오는 18일엔 대학병원 교수뿐 아니라 개원의까지 참여하는 의료계 총파업이 예정돼 있어 의료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병의원 개원의들이 속한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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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보배 기자, 박인 기자 treasu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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