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교사 뺨 때릴 때까지 교육청 뭘 했나 [왜냐면]
김재욱 | 전교조 전주초등지회장
6월 초 언론이 공개한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교감 선생님의 뺨을 때리는 영상에 많은 시민이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교사들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비슷한 일을 많이 보고 듣고 겪어서 나도 모르게 무뎌졌기 때문인가 봅니다.
정확히 2년 전 6월, 익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전학 온 5학년 학생이 주변 학생 폭행, 담임교사와 교장에게 욕설과 협박, 수업 방해 등의 학교 폭력, 교권 침해 행위를 한 것입니다. 서거석 당시 전북교육감 당선자는 이 학교를 방문해서 이렇게 발언합니다. “아직 취임 전이지만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데 한 치의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위기 학생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 상황 발생 때 적극적인 대처 등 앞서가는 교육행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같은 일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교권 보호를 위해 전북교육청이 한 일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교육인권조례를 신설한 것입니다. 이에 근거해 학생인권센터는 교육인권센터로 바뀝니다. 이 교육인권센터에 변호사를 채용한 것이 둘째입니다. 교사가 인권 침해를 호소하며 교육인권센터에 전화해도 교권보호위원회를 열라는 답변이 옵니다. 하지만 교권보호위원회는 학부모에게 아무런 조치도, 권한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교육인권센터 소속 변호사는 사건이 발생한 뒤 법률 자문과 지원을 해줍니다. 없는 것보단 분명 낫겠지만 서거석 당선인이 공언한 ‘선제적 조치’나 ‘상황 발생 때 적극 대처’는 한 발짝도 나아간 게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 교사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은 교실에서 몸과 마음과 정신이 다치고 멍들었습니다. 언론이 다루지 않았을 뿐, 익산·전주와 같은 사례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게 현실입니다. 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교사입니다. ‘소통하는 미래교육감’ 서거석 교육감님. 학교에는 교육감이 만들고 싶은 조례안이 아니라 교사들이 요구하는 조례안이 필요합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2020년 전북교사 수천명의 목소리를 담아 ‘전라북도 교육활동 보호 조례안’을 만들었습니다. 2022년에는 이를 개정하자는 요구안을 내놓았습니다. 학교마다 심각한 문제 행동이나 교권 침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가칭)‘교권보호책임관’을 지정하고, 위기 상황이 발생해 수업 중인 교사가 도움을 청하면 즉각 분리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만일 분리 조치에 불응하면 바로 보호자를 소환합니다. 보호자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학교장은 보호자를 아동학대-방임으로 신고합니다. 마지막으로 상담사, 사회복지사, 아동보호전문기관, 소아청소년과 의사 등 위기 학생 대응과 치료를 위한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여 운영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번 전주 사건으로 전북교육청은 또 소 한 마리를 잃었습니다. 외양간 고친다는 말만 하고 필요한 못질은 하지 않았기에 생긴 비극입니다. 곪을 대로 곪아서 폭발해야 언론이 주목하고, 그제야 부랴부랴 해당 학교 방문하고 위로의 말씀 전하면, 같은 사건은 분명히 다시 발생합니다. 전교조 전북지부가 내놓은 조례안 개정안이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전북교육청에서 정말 같은 사건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 즉시 움직여야 합니다. 교사와 소통하십시오. 지자체 아동학대 담당 부서, 아동보호전문기관, 전북교육인권센터, 전북의 교원노조와 단체 등에 요청해야 합니다. 도교육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당장 시행하고, 도의회, 정부, 국회에 요구할 내용은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공론화하십시오. 또다시 소를 잃는다면, 외양간을 책임질 능력이 부족하거나 소를 지킬 의지가 없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소통하는 미래교육감’은 나 홀로 외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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