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 이은 컬렉션, 모두의 품으로…'세한도' 기증 손창근 씨 별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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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세한도'(歲寒圖) 등 대를 이어 모은 여러 문화유산을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씨가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의 귀중한 국보급 유물들을 나 대신 길이길이 잘 보관해달라"라며 "내 물건에 대해 '손 아무개 기증'이라고 붙여달라.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손 교수는 당시 기자와 만나 "대를 이어 모은 유물이 본인의 품은 떠났지만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기증의 뜻이 어떻게 지켜지는지 궁금해하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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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아무개 기증'으로 해달라"…기증 이어 마지막 길도 '조용히'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국보 '세한도'(歲寒圖) 등 대를 이어 모은 여러 문화유산을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씨가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5세.
고인의 아들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는 "지난 11일 (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 가족장으로 모셨다"고 17일 전했다.
고인은 마지막 순간에 소식을 알리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논의를 거쳐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1929년생인 고인은 국내 내로라하는 문화유산 수집가로 잘 알려져 있었다.
개성 출신 실업가인 부친 손세기(1903∼1983) 선생과 함께 대(代)를 이어 모은 이른바 '손세기·손창근 컬렉션'은 회화, 전적 등 다양한 종류의 문화유산이 포함돼 큰 관심을 끌었다.
고인은 생전 다양한 기부 활동으로도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2008년 연구 기금으로 써달라며 국립중앙박물관에 1억원을 쾌척했으며, 2012년에는 경기 용인 일대의 임야 662ha(약 200만평)를 산림청에 기부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50억원 상당의 건물과 1억원을 전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린 '손세기·손창근 컬렉션'을 기꺼이 내놓은 것은 2018년 11월이었다.
그는 1447년 편찬한 한글 서적 '용비어천가' 초간본, 추사 김정희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등 총 304점의 유물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에 따르면 고인은 당시 기증 기념행사에 참석해 "한 점 한 점 정도 있고, 한 점 한 점 애착이 가는 물건들"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의 귀중한 국보급 유물들을 나 대신 길이길이 잘 보관해달라"라며 "내 물건에 대해 '손 아무개 기증'이라고 붙여달라.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당시 기증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품에 뒀던 작품이 바로 '세한도'다.
1844년 59세의 추사가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그린 이 그림은 자신이 처한 물리적, 정신적 고통과 메마름을 먹과 거친 선으로 표현한 걸작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고인은 약 1년 2개월여 뒤인 2020년 1월 마침내 '세한도'도 내놓았다. '심사숙고 끝에 내어놓았다'고 했으나, 어떤 조건도 없이 박물관에 내놓았던 '나눔'이었다.
이런 공로로 그는 2020년 문화훈장 가운데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문화유산 정부 포상이 이뤄진 이래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한 건 고인이 처음이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그해 12월 고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고인은 여러 활동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손성규 교수는 올해 1월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 재개관식에 참석해 "아버지께서 건강이 좋지 않아 직접 못 오셨는데 '한번 가봐라' 하셨다"고 말한 바 있다.
손 교수는 당시 기자와 만나 "대를 이어 모은 유물이 본인의 품은 떠났지만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기증의 뜻이 어떻게 지켜지는지 궁금해하셨다"고 했다.
그는 기증관 재개관을 기념해 특별 공개된 '세한도'를 한참 쳐다본 뒤 "우리 집안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세한도'의 가치가 영원히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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