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웨덴은 상속세 폐지?···자본이득세로 과세

김윤나영 기자 2024. 6. 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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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최근 상속세 감세·폐지를 주장하면서 스웨덴이나 캐나다 같은 선진국도 상속세를 폐지했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이들 국가들처럼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스웨덴과 같은 고부담-고복지 국가의 세 부담이 한국보다 낮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상속세 개편 논의가 소득세율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캐나다, 자본이득세 적용비율 50%→66.7%로 확대

국회 입법조사처의 자료(2021년 기준)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는 캐나다, 스웨덴, 멕시코, 뉴질랜드, 노르웨이, 체코 등 10개국이다. 이들 국가 일부는 상속세를 폐지하면서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자본이득세율은 나라마다 다르다. 스웨덴은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시점에 자본이득세를 일괄 30%씩 매긴다. 캐나다는 오는 25일(현지시간)부터 자본이득세 과세적용비율을 기존 50%에서 66.7%로 올린다. 상속받은 자산이 25만 캐나다 달러(약 2억5000만원)를 넘으면 이를 초과하는 금액의 66.7%에 과세한다. 캐나다의 자본이득세 최고세율은 36.5%다. 호주는 상속 자산의 경우 종합소득세에 합산한다. 최고세율은 종합소득세와 같은 45%다. 캐나다와 호주는 연방정부 차원의 상속세는 없지만, 일부 주 정부에서 상속 시점에 증여세 등을 부과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상속세는 5억원을 일괄 공제하고 초과 금액에 대해 과표구간별로 1억원 이하 10%, 1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30억원 40%, 30억원 초과분 50%의 세율이 각각 부과된다. 과표구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더라도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자본이득세, 부모세대 이뤄진 양도차익도 과세

자본이득세는 상속세와 계산 방식이 다르다. 상속받은 시점이 아닌, 피상속인(고인)이 처음 자산을 취득했을 당시 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일례로 피상속인이 과거 5억원을 주고 산 집이 상속 시점에서 30억원이 됐는데 상속인이 나중에 50억원에 파는 경우를 보자. 스웨덴 등에서는 상속인이 거둔 수익에서 피상속인의 최초 취득 가치를 뺀 45억원(50억-5억원)에 대한 세금을 매긴다. 반면 한국은 고인 사망 시점의 30억원에 대한 상속세를 낸다. 상속인이 다주택자가 아니면 일시적 2주택을 처분할 때 양도소득세도 면제된다. 경우에 따라 스웨덴 상속인의 세 부담이 한국보다 높을 수도 있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부모세대 때 있던 양도차익에 과세하지 않고 넘어가지만, 자본이득세를 도입한 국가들에서는 부모세대 때 이뤄졌던 양도차익과 자식 세대에 이뤄진 양도차익 모두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감면·공제 제도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상속세 실효세율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상속재산규모가 500억원을 넘는 슈퍼부자 25명(0.16%)을 제외한 한국의 상속세 실효세율은 28.9%였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자본이득세 전환을 제안한 것은 재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이득세 도입은 개인보다는 기업 대주주들의 요구사항”이라며 “기업인 입장에선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면 아직 처분하지 않은 기업 자산에 대한 과세가 계속 미래로 이연되다 보니 영구면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속세율을 개편할 때 소득세율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OECD 회원국 중 상속세가 낮은 국가들은 소득세가 높고, 소득세가 낮은 국가들은 상속세가 높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상속세의 본질은 고인이 생전에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과세이고, 스웨덴 등은 소득세 비중이 높기에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한 것”이라며 “반면 한국은 소득세가 낮은 대신 상속세 명목세율이 높은데, (대통령실이) 지난해 발생한 세수결손 56조4000억원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 없이 상속세만 폐지하자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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