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 보고 있나요" 디섐보, 4년만에 두번째 포효
1999년 우승 페인 스튜어트의
대학·패션 등 따라하며 동경
2년전 손목 부상으로 고전
피나는 노력으로 다시 정상
매킬로이 추격 1타 차 따돌려
통산 9승, 상금 59억원 차지
챔피언을 확정 짓는 퍼트가 들어가자 있는 힘껏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4년 만에 메이저 대회 US오픈 우승 트로피를 가져온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자신의 모자 뒷면에 붙인 핀을 가리키곤 이내 "페인이 여기에 있다"고 외쳤다. 25년 전 같은 장소에서 US오픈을 우승한 고 페인 스튜어트(미국)를 순간 떠올리고 환호했다.
디섐보가 제124회 US오픈(총상금 2150만달러) 정상에 올랐다. 17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리조트&컨트리클럽 2번 코스(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에서 디섐보는 1타를 잃고 고전했지만, 최종합계 6언더파 274타를 기록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5언더파 275타)의 추격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20년 미국 뉴욕주 머매러넥의 윙드풋골프클럽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우승한 지 4년 만에 두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린 디섐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9승을 달성했다. 또 메이저 대회 역대 최다 우승 상금 430만달러(약 59억4000만원)를 받았다.
미국에서 대회 4라운드가 열린 날은 '아버지의 날'이었다. 대회 우승자 기자회견에서 맨 먼저 아버지를 떠올린 디섐보는 뒤이어 스튜어트를 언급했다. 1999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우승한 스튜어트는 평소 디섐보의 우상이었다. 디섐보는 스튜어트가 졸업한 서던메소디스트대를 다녔고, PGA 투어에서 활약했을 당시 스튜어트의 시그니처 패션 중 하나인 헌팅캡을 썼을 정도였다.
스튜어트의 US오픈 우승은 역대 이 대회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당시 42세였던 스튜어트는 4라운드 18번홀에서 약 4.5m 파퍼트를 넣고 필 미컬슨(미국)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우승 직후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오른 다리를 들어 올린 스튜어트의 세리머니는 파인허스트 2번 코스 앞에 동상으로 세웠을 정도로 기념비적 장면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US오픈을 우승하고 3개월 뒤인 1999년 10월 스튜어트는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디섐보는 파인허스트에서 25년 전 스튜어트의 명장면을 재소환했다. 공동 2위 그룹에 3타 앞선 채 4라운드를 맞이한 디섐보는 이날 중반까지 경기가 안 풀렸다. 10년 만에 메이저 대회 챔피언을 노리던 매킬로이의 추격이 거셌다. 결국 12번홀(파4)에서 리더보드가 요동쳤다. 이 홀에서 약 7m 파 퍼트를 놓친 디섐보는 같은 홀에서 8m 버디를 성공한 매킬로이에게 선두를 내줬다.
그러나 디섐보는 곧장 13번홀(파4)에서 버디로 만회하고 이후 매킬로이와 17번홀까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LIV 골프를 대표하는 디섐보와 PGA 투어 간판 선수 매킬로이의 승부에 갤러리들 시선이 쏠렸다. 승부는 18번홀(파4)에서 갈렸다. 먼저 플레이한 매킬로이가 약 1.2m 거리 파퍼트를 놓쳐 1타를 잃었다. 이어 디섐보의 플레이. 그린 주변 벙커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을 홀 1.3m에 붙였다. 뒤이어 파퍼트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디섐보는 "홀에 붙인 벙커샷은 내 인생 샷이었다"며 흐뭇해했다.
우승 직후 스튜어트를 떠올렸던 디섐보는 시상식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가리키며 다시 한번 스튜어트를 기렸다. 디섐보는 우승 확정 직후 선보인 자신의 세리머니에 "페인이 그랬던 것처럼 팬들에게 내 열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4년 전 코로나19 여파로 갤러리 없는 골프장에서 US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디섐보는 이번에는 수많은 갤러리들의 축하를 받았다. 디섐보는 2022년 LIV 골프로 이적한 뒤 US오픈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2년 전 손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잠시 슬럼프를 겪었던 때를 떠올린 디섐보는 "우울한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지난해 전환점을 찾은 뒤로 어떻게 하면 또 다른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고 돌아봤다.
디섐보와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한 매킬로이는 2년 연속 US오픈 준우승에 그쳤다. 김주형은 공동 26위(6오버파 286타)에 올라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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