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히든챔피언] 땅속 열로 냉난방…가성비 태양광의 3배

김동은 기자(bridge@mk.co.kr) 2024. 6. 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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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 에너지 기업 GGK
신공법 지중열교환기 개발
30년 운용, 정비도 쉬워
내년 1천㎡ 이상 민간건물
신재생에너지 도입 의무화
올해·내년 설치계약 봇물
GGK(대표 안근묵·왼쪽)가 제작한 지열에너지 지상 패널(오른쪽)에 가동 상태와 생산량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다. GGK

"지열은 땅속 온도가 계절에 상관없이 늘 일정하고 지진 발생이 적은 한국에 딱 맞는 에너지원입니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경기 성남 판교의 지지케이(GGK) 사무실은 지열에너지를 통해 냉난방을 하고 있었다. 이날 외부 온도가 섭씨 28도로 꽤 더웠지만 에어컨을 틀지 않았음에도 사무실 안은 서늘한 공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안근묵 GGK 대표는 "건물 바깥과 지하실에 설치한 2개의 지중열 교환기를 통해 지하 300m에서 끌어올린 에너지를 사용해 공기를 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GGK는 지열에너지로 건물 냉난방을 돕는 지열 냉난방 시스템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한 중소기업이다. 한국의 땅속 온도는 항상 15~20도를 유지한다. 지열 냉난방 시스템은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땅 밑 열을 건물 냉난방에 이용한다.

지열 냉난방 시스템은 땅에 구멍을 뚫고 물이나 부동액 같은 열교환용 액체가 순환하는 파이프를 밀어넣은 '지중열 교환기'와 지중열 교환기에 연결해 땅 위에 설치하는 '히트펌프'로 구성된다. 지중열 교환기 내부의 액체가 땅속 깊은 곳 지열을 지상의 히트펌프로 이동시켜 냉난방을 한다. 히트펌프는 삼성, LG 같은 대기업이 만들기 때문에 품질이 균일할 뿐만 아니라 지상에 드러나 있어 문제가 생겨도 수리나 교체가 쉽다.

반면 땅속에 파묻힌 지중열 교환기는 상황이 다르다. 건물 사용연한과 같이 30년 이상 사용해야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동안 점검과 재생정비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이로 인해 비싼 지열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GGK가 개발한 신공법 지열 냉난방 시스템은 지중열 교환기 부품 가운데 파손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PVC 파이프를 제거했다. 히트펌프로 올라가는 지하수와 히트펌프를 나와 다시 구멍으로 내려가는 지하수가 섞이면서 열교환을 하도록 순환 체계를 단순화한 것이다.

안 대표는 "지중열 교환기 하자 발생의 90%는 교환기 내부에 수백 m 깊이로 삽입·설치한 PVC 파이프가 변형·파손되기 때문"이라며 "PVC 파이프를 없앤 새로운 설계를 적용한 GGK의 시스템은 기존 개방형 대비 열교환 효율을 11% 이상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중열 교환기에 문제가 생길 경우 지상부 뚜껑을 열고 내부 순환펌프를 교체하거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등 간단한 방법으로 유지·보수도 가능하다. GGK만 갖고 있는 독보적 기술이다.

안 대표는 "GGK의 시스템은 건물 수명과 비슷한 3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며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2019년 이후 총 124개 공공건물 신축 사업에 GGK 기술이 적용됐거나 계약을 체결해 공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열에너지시장은 내년부터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가 시행되면 민간 건물도 연면적 1000㎡가 넘을 경우 신재생에너지 도입이 필수화된다. 안 대표는 "현재 건축물에 적용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태양광, 지열, 연료전지 정도인데 동일한 사업비를 투입할 경우 지열은 태양광 대비 3배, 연료전지 대비 10배 이상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며 "이미 신규 사옥을 짓는 공공기관들이 선택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70% 이상이 지열"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시에서 '지열보급 활성화 종합계획'을 수립해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기 1기에 해당하는 1GW 규모 지열설비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긍정적이다. 안 대표는 "올해 GGK의 매출 목표는 150억원, 신규 계약 목표는 250억원"이라며 "매출은 지난 4월 말까지 63억원으로 목표의 42%를 달성했고, 신규 계약은 122억원으로 48.8%를 달성해 올해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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