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 윤곽… 물망 오른 4명은?

이청아 기자 2024. 6. 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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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이민자 출신 마르코 루비오, 억만장자 기업인 더그 버검, ‘힐빌리의 노래’J D 밴스, 흑인 팀 스콧
-‘리틀 마르코’ 한때 트럼프 앙숙이었지만 8년 만에 러닝메이트 되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 발표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들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특히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앙숙 관계였던 쿠바계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이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6일(현지 시간) USA투데이는 최근 트럼프 캠프가 부통령 후보로 루비오 상원의원(53),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의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68),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 저자인 J. 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40), 흑인인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59) 등 총 4명을 최종 압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달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 지명자를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달 14일 ‘성추문 입막음’ 사건 관련 재판을 받기 위해 미국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 출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을 응원하고자 법원에 방문한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빨간 넥타이). 맨해튼=AP뉴시스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4명은 색깔이 서로 뚜렷하게 다르다. 우선 루비오 의원은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해 히스패닉 표심을 끌어올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바텐더인 아버지, 호텔 메이드 어머니 밑에서 자수성가했다는 스토리도 갖고 있다. 또 강력한 트럼프 옹호자로 최근 ‘성추문 입막음 사건’ 재판 당시 최전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변호하기도 했다.

더그 버검 주지사는 이번 공화당 경선에 출마했다가 일찌감치 사임 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인물로, 기업인 출신 백만장자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러 건의 형사 기소가 걸려 있어 법률 비용이 절실한 상황이라 많은 정치 배팅 사이트에서는 더검 주지사를 유력 부통령 후보로 점치고 있다. 다만 인지도가 낮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다.

올 2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뒤 열린 파티에서 지지 연설을 하고 있는 팀 스콧 상원의원. 컬럼비아=AP뉴시스
스콧은 공화당 상원의원 중 유일한 흑인으로 흑인 유권자 표심에 어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아 왔다. 밴스 의원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백인 저소득층의 심리를 잘 분석한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 저자로, 올해 대선 판도를 좌우할 러스트벨트 경합주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1·6 의사당 난입’ 사태 발생 3년 반 만인 1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의사당 근처를 공개 방문해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JD 밴스 의원(맨 오른쪽)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에워싸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그런데 16일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 중에서도 루비오 상원의원이 1순위 후보로 올랐다고 전했다. 우선 애리조나주와 네다바주 등 히스패닉, 라틴계 유권자가 많은 경합주에서 표를 끌어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틱톡 금지법을 주도하는 등 대표적인 대중(對中) 매파로도 유명한데, 민주당을 ‘극좌’라고 비판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 국가 출신인 그가 반(反)좌파로 돌아선 스토리도 좋아한다고 WSJ는 전했다.

또 이번 대선이 ‘최고령 매치’로 불리고 있는 가운데 53세인 루비오 의원은 물망에 오른 부통령 후보들 중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하면서도 정치 경력이 짧지 않아 존재감도 뚜렷하다. 2010년 40대 중반의 나이로 상원의원에 선출돼 의회에 진입했고 뛰어난 말솜씨로 한때 ‘공화당의 미래’로 여겨지기도 했다. 포드 오코넬 공화당 전략가는 “버검 주지사의 자금력과 비교해봐도 루비오 의원 역시 기부금 모금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6년 3월 미국 공화당 경선 당시 열린 후보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이 발언을 하자 당시 경쟁자였던 마크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이 그를 지켜보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충성파로 변했다. 마이애미=AP뉴시스
원래 루비오 의원은 2016년 공화당 경선에 출마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을 벌였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루비오 의원이 자신보다 키가 작다며 “리틀 마르코”라 조롱하고, 루비오 의원은 “사기꾼”이라고 되받아치는 등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엔 줄곧 그를 지지해왔다. WSJ는 “한때 루비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사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매체는 루비오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평이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헌법은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가 같은 주에 거주하고 있으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루비오 의원의 측근은 WSJ에 “현재 부통령직에 올인한 루비오 의원이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직을 포기하고서라도 이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앞서 2000년 대선에서도 딕 체니가 당시 텍사스 부지사였던 조지 W 부시의 러닝메이트가 되기 위해 와이오밍으로 거주지를 옮긴 적이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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