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모기’ 출근길엔 ‘러브버그’…더위에 벌레도 기승

권나연 기자 2024. 6. 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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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자다가 모기 잡느라 두 번이나 깼어요." "출근하는데 지하철역 계단에 러브버그가 엄청 붙어 있어서 징그러웠어요."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아침부터 러브버그가 이렇게 많이 있을 줄 몰랐다"며 "지하철역 계단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출근하는데 기분도 안 좋고 징그러웠다"고 토로했다.

러브버그뿐만 아니라 모기 개체수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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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출현 지난해보다 열흘 앞당겨져
공원, 지하철역, 도로 등 도심 곳곳 출몰
모기도 증가…서울 모기 활동지수 2주 연속 ‘4단계’
야외운동 뒤 10∼15분 가만히 있으면 5곳 물릴 정도
공중을 날아다니는 러브버그(왼쪽)와 나뭇잎 위의 러브버그. 엑스(옛 트위터)

“밤에 자다가 모기 잡느라 두 번이나 깼어요.”
“출근하는데 지하철역 계단에 러브버그가 엄청 붙어 있어서 징그러웠어요.”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벌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비행해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숲과 주택가는 물론 공원, 도로, 지하철역 등 곳곳을 날아다니며 불쾌감을 주고 있다.

17일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 ‘네이처링’에 따르면 6월2일 인천 부평구를 시작으로 러브버그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13일 경기 부천에서 첫 관찰 기록이 나온 것과 비교하면 열흘 정도 빨라진 상황이다.

러브버그의 출몰 시기가 앞당겨진 원인은 기온 상승으로 분석된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잦은 비까지 내리면서 러브버그는 더 빨리,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 2022년에는 서울 은평구 일대에서만 주로 발견됐던 러브버그는 이제 도심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실정이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아침부터 러브버그가 이렇게 많이 있을 줄 몰랐다”며 “지하철역 계단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출근하는데 기분도 안 좋고 징그러웠다”고 토로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는 “주말에 배봉산 둘레길에 산책하러 갔는데 러브버그가 너무 많아서 얼굴, 몸 등에 부딪혀서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

러브버그 목격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줄을 잇고 있다. C씨는 “러브버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벽에 있는 스크래치가 전부 러브버그인 걸 알고 소리 질렀다”고 전했다. D씨도 “한강공원에서 사람보다 러브버그를 더 많이 봤다. 힐링하려다 기겁해서 집에 왔다”고 했다.

실제로 러브버그로 인한 불편 민원은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러브버그로 인한 민원은 2022년 4418건에서 2023년 5600건으로 약 27% 늘었다.

다행인 점은 러브버그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이라는 점이다. 러브버그는 독성이 없고 사람을 물지 않는다. 또 질병을 옮기거나 생태계를 교란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러브버그의 애벌레는 나무와 낙엽을 분해해 토양에 영양분을 전달하며 환경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성충은 나비나 벌처럼 꽃 수분을 돕는다. 생존 기간은 성체가 된 뒤 3~5일 정도로 짧은 편이다.

러브버그뿐만 아니라 모기 개체수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모기예보제에 따르면 2~15일 서울시 평균 모기 활동 지수는 2주 연속 100을 기록했다. 모기 활동 지수는 ▲1단계 0~25 ‘쾌적’ ▲2단계 25~50 ‘관심’ ▲3단계 50~75 ‘주의’ ▲4단계 75~100 ‘불쾌’ 등으로 나뉜다. 1년 전 같은 기간 평균은 65.6이었다.

4단계는 단독주택 밀집 지역에서 집 안으로 침입하는 모기가 하룻밤에 5∼10마리 정도이며, 밤에 야외에서 운동한 뒤 한 곳에 정지 상태로 10∼15분 이상 있으면 5마리 이상의 모기에 뜯길 수 있는 수준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E씨는 “저녁 먹고 할아버지랑 배봉산에서 운동하다가 다리랑 팔을 모기가 잔뜩 물어서 너무 가려웠다”고 호소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F씨는 “아직 모기가 엄청 많은 건 아니지만 밤에 자다가 한두 번 깨서 모기를 잡고 잔다”고 했다.

서울시의 모기 예보를 담당하는 김동건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부교수는 “지난해와 다르게 이른 봄부터 비가 많이 내릴 뿐더러 기온도 계속 높다 보니 물웅덩이 등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상황이 일찍부터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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