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디자이너 2명, 美토니상 의상상ㆍ조명상 쾌거(종합)
김하나는 '아웃사이더즈'에서 조명 총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한국계 디자이너 린다 조와 김하나(미국명 하나 수연 김)가 미국 3대 대중문화 예술상 중 하나인 토니상에서 의상상과 조명상을 받았다.
공연기획사 오디컴퍼니는 16일(현지시간) 뉴욕 링컨 센터 데이비드 H 코흐 시어터에서 열린 제77회 토니어워즈(Tony Awards)에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한국계 무대의상 디자이너 린다 조가 뮤지컬 부문 '의상 디자인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또 뮤지컬 '아웃사이더즈'에서 조명 디자인을 담당한 김하나는 뮤지컬 부문 '조명 디자인상'을 받았다.
한국인이 단독 제작자로 나선 뮤지컬이 토니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국내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단독으로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현지 제작진과 함께 무대에 올린 뮤지컬이다.
2020년 아카데미상(오스카)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과 2022년 에미상 6관왕을 차지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이어 연극·뮤지컬계 최고상인 토니상까지 미국 3대 대중문화 예술상을 한국인 제작 콘텐츠가 모두 섭렵한 셈이다.
의상 디자인상을 받은 린다 조는 앞서 뮤지컬 '신사들을 위한 사랑과 살인 설명법'으로 2014년 토니상 의상상을 한 차례 거머쥔 바 있는 브로드웨이의 베테랑 의상 디자이너다. 뮤지컬 '아나스타샤'에서 다시금 화려한 무대 의상을 선보이며 2017년 토니상 의상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워싱턴 DC 국립오페라의 '투란도트'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삼손과 데릴라' 등 수많은 작품에서도 의상을 담당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여주인공 에바 노블자다의 드레스 10벌을 포함해 약 350벌의 의상을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다 조는 시상식 뒤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밤 무대에서 쓰일 의상을 준비하는 데 말 그대로 너무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이 뮤지컬 의상을 위해 함께 일한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4월 25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정식 개막한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1920년대 미국의 백만장자 개츠비가 자신의 사랑을 좇는 과정에서 비극적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다룬다.
개막 3주 만에 매출액 128만달러(약 18억원)를 돌파하는 등 미국 내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린 제68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는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을 받았고, 제21회 씨어터 팬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관객 투표로 '최우수 작품상'과 극본상, 음악상, 연출상 등 9개 부문을 휩쓸었다.
오픈런(open run·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무기한 상연) 형식으로 미국에 진출한 '위대한 개츠비'는 당초 11월까지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관객의 호평에 힘입어 내년 봄까지 연장 상연을 계획 중이다.
신춘수 대표는 '위대한 개츠비' 수상 소식에 "무척 기쁘다"며 "의상 디자인을 담당한 린다 조는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여 1920년대 의상을 세련되고 멋지게 재현해냈다. 덕분에 관객들은 순식간에 개츠비의 세계로 빠져들어 몰입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명 디자인상을 받은 김하나는 서울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한국계 미국인이다.
뉴욕 링컨센터, 뉴욕 퍼블릭 시어터, 맨해튼 시어터 클럽 등 미국 각지에서 다양한 무대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영화 '장미빛 인생'을 연출하고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낸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의 딸이기도 하다.
김하나가 조명을 맡은 뮤지컬 '아웃사이더즈'는 맷 딜런과 톰 크루즈가 출연했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사회경제적 계층으로 나뉜 라이벌 갱단에 속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웃사이더즈'는 이날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에도 이름을 올렸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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