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휴진은 중증 환자에겐 사형선고"라는 한 의사의 고언 [사설]

2024. 6. 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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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끝내 환자들에게 등을 돌렸다.

이탈한 전공의들을 감싸고, 의대 증원을 되돌리기 위해 위중한 환자를 내팽개치다니 의사 본분을 망각한 이기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도 18일 전면 휴진에 들어갈 전망이어서 중증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과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환자 생명을 볼모로 휴진에 동참한 의사들은 의료계가 쌓아올린 신뢰와 성과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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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끝내 환자들에게 등을 돌렸다. 서울대 산하 4개 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 529명은 전공의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다. 진료에 참여하는 전체 교수(967명)의 54.7%에 달한다. 수술실 가동률은 기존 63%에서 34%로 반 토막이 나 제때 수술을 못 받는 환자가 나올 수 있다. 이들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의과대학 증원 재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탈한 전공의들을 감싸고, 의대 증원을 되돌리기 위해 위중한 환자를 내팽개치다니 의사 본분을 망각한 이기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정부를 압박하는 도구로 쓰고 있다"고 규탄하고 나선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한의사협회도 18일 전면 휴진에 들어갈 전망이어서 중증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과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자 곁에 남겠다는 의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한 줄기 위안이 되고 있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등은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고 이들의 버팀목이 되기로 한 것이다. 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17일 동료 의사들에게 보낸 글에서 "의사의 단체 사직과 휴직은 중증 환자들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0년 후에 활동할 의사 1509명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수십만 명 중증 환자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도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내 아들딸이 의대생, 전공의라면 빨리 복귀하라고 설득하겠다"고 쓴소리도 했다. 그동안 한국 의료계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환자 곁을 묵묵히 지키는 의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환자 생명을 볼모로 휴진에 동참한 의사들은 의료계가 쌓아올린 신뢰와 성과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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