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국민노후 위한 퇴직연금 변신의 길

2024. 6. 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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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마지막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매경에 마지막으로 하는 기고다.

대한민국의 3단계 노후 보장 체제에서 법정 제도인 국민연금 다음으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직장의 퇴직연금 제도는 크게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DB형은 고용한 회사가 퇴직연금을 운용하다가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 전 3개월 평균 급여를 근속연수에 곱해서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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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급여형 퇴직연금도
결국 개인의 자산운용 필수
사업장 퇴직연금 의무화와
중도 인출 어렵게 했지만
꼭 필요한건 투자·운용 교육

평생 마지막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매경에 마지막으로 하는 기고다. 내가 정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딱 하나 선별해야 했다. 주제를 정하는 데 있어 머뭇거림은 없었다. 나는 국민의 노후 대책이 국민에게 맡겨지는 게 아니라 국가라는 시스템 안에서 훨씬 더 잘 보살펴야 '안정되고 행복한 노후'라는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3단계 노후 보장 체제에서 법정 제도인 국민연금 다음으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직장의 퇴직연금 제도는 크게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DB형은 고용한 회사가 퇴직연금을 운용하다가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 전 3개월 평균 급여를 근속연수에 곱해서 지급한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한 달 치 월급을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납입하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다.

보통 미국이나 다른 국가 DB형은 퇴직 후 마치 공무원연금 등의 공적연금처럼 평생 매달 연금을 받는 형식이다. 하지만 한국의 DB형은 퇴직 후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책임이 DC형과 마찬가지로 개인에게 전가된다. 퇴직연금 제도에는 DB형과 DC형 외에도 프리랜서, 개인사업자가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 계좌이자 회사를 그만두는 직장인이 DB·DC형에 있는 퇴직금을 옮겨 본인 명의의 퇴직 계좌를 운용하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존재한다. 이 역시 개인이 운용을 책임진다. 결국 퇴직연금과 관련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언젠가는 자산 운용을 직접 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나는 이런 연금 구조가 노후 대책에서도 상위 10% 국민과 나머지 90% 국민의 부를 양분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이렇다. 일단 DB형과 DC형에서 회사의 적립금은 급여에 기반하기 때문에, 급여가 높은 가입자는 자연스럽게 저축을 많이 하게 된다. 이제 저축을 하고 나면 이를 장기 투자해서 복리 효과를 봐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 퇴직연금의 90% 가까운 금액이 원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되고, 오직 10% 정도만이 실적배당형에 투자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잘 알려졌다. 급여가 낮은 사람들은 급여가 높은 사람들에 비해 자산이 적을 확률이 크다. 이는 곧 은퇴를 준비하는 데 장기 복리 효과를 누리기 위해 쌓은 저축을 다른 용도로 중간에 인출해 쓸 확률이 크다는 말과 같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적립금이 적어 유지를 통한 노후 소득 보장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도 있다. 실제로 2023년 한국연금학회 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을 유지하기 어려운 최대 장애 요인으로 이 점을 꼽았다.

지금 퇴직연금 구조는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은퇴를 꿈도 꿀 수 없게 만든다.

이런 측면에서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을 의무화하고 퇴직연금 인출을 훨씬 어렵게 만드는 절차 등을 제시한 변화는 아주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투자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한국의 퇴직연금 구조상 언젠가는 자신이 투자를 책임져야 한다. 매년 1회 이상 퇴직연금 가입자의 교육을 규정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퇴직연금 계좌를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위탁해 온라인 교육이나 이메일을 통한 서면 교육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모르기 때문에 무서워서 원금보장형을 90% 가지고 있는 가입자만을 탓할 수는 없다. 게다가 모르는데 디폴트옵션도 골라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 너무 모른다면 퇴직연금 사용자가 대신 골라주는 시스템과 퇴직연금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할 만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해주는 시스템이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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