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상 드론 뜨니 2분 만에 수풀에 숨은 사람 찾아… 서울 첫 ‘순찰용 경찰 드론’ 비행 현장 가보니
● 열화상 드론, 수풀 우거져도 열화상 카메라로 감지
관악경찰서는 이날 순찰용 드론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올 3월 경찰 ‘무인비행장치 운용규칙’이 개정되면서 범죄예방을 위한 순찰 목적으로도 드론을 활용할 수 있게 되자 서울 내 31개 관서 중 처음으로 시범운영에 나선 것. 관악경찰서는 소속 경찰관 중 드론조종 면허를 가진 직원 7명을 선발해 순찰팀을 구성했다.
이날 드론을 시범 비행한 곳은 지난해 8월 최윤종(31)이 30대 여성을 살해한 공원에서 약 200m 떨어진 장소였다. 인근 주민은 ‘안심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홀로 둘레길을 산책하던 주민 김모 씨(60)는 “지난해 살인 사건이 이후 새벽 일찍이나 저녁 늦게 홀로 둘레길을 걷는 건 불안했는데, 밤에도 현장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열화상 드론이 정기적으로 순찰을 한다고 들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박민영 관악경찰서장은 “평소 경찰의 접근이 어려웠던 지역에 대한 범죄예방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간 경찰 드론은 실종자 수색이나 재난·테러 대비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사생활 침해 논란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종자 수색 등 다른 분야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사건과 무관한 촬영 영상은 30일 이후 파기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면서 순찰에도 쓸 수 있게 됐다. 올 4, 5월 전남 고흥경찰서와 경남경찰청 드론순찰대는 각각 전남 고흥군, 경남 의령군 등지에서 몰래 양귀비를 키우던 현장을 드론으로 적발했다. 대구 성서경찰서도 지난달 27일 이상동기 범죄예방을 위해 드론을 이용해 합동 순찰에 나섰다.
● 美 경찰은 2017년 드론 도입
국토가 넓고 총기 등으로 인한 경찰관 피해가 많은 미국 경찰은 일찍이 드론을 도입해 각종 범죄예방 활동에도 활용하고 있다. 2017년 캘리포니아주 출라비스타 경찰(CVPD)은 911신고에 대응하기 위한 드론을 미국 전역 최초로 도입했다.
경찰이 신고를 접수하면 드론이 먼저 현장으로 날아가 어떤 경찰 지원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현장 채증 및 용의자 추적 등 임무를 수행한다. CVPD에 따르면 최근까지 드론이 1만9657건 출동했고 평균 응답시간은 1분 50초였다.
미국 다른 지역의 1500개가 넘는 경찰 관서에서도 드론을 도입해 활용 중이다. 미국 경찰 측은 “드론을 활용하면 경찰 출동 비용의 90%를 절약할 수 있고, 차량정체 상황에서도 빠르게 현장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사를 넘어선 사생활 침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1년 한 지역 매체는 CVPD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경찰이 “주민들을 감시하지 않는다”고 말한 부분을 검증하기 위해 특정 한 달간 드론이 촬영한 영상 등을 요구했는데 CVPD 측이 ‘수사 관련 사항’이라며 거절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1심 법원은 CVPD의 손을 들어줬지만, 같은해 12월 열린 항소심 법원은 “1심 법원은 (드론이 촬영한) 모든 영상이 주 공공기록법(CPRA)에 따라 비공개된다고 판단했는데 영상의 세 분류 중 하나는 해당 법에 저촉되지 않을 여지가 있다”며 원심판결을 취소·환송했다.
국내 경찰 드론 운용규칙 개정안 역시 촬영 영상에 대해 ‘보관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바로 파기해야 한다’고 명시한 조항을 신설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촬영한 영상은 개인영상정보보호법에 의해 사건과 관련이 없거나 30일을 초과하면 폐기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규칙 개정을 포함해 경찰 드론 제도 도입을 이끌어온 이병석 경찰대 국제대테러연구센터장은 “드론 활용으로 증거 수집과 추적 등에서 인력과 시간을 절약하면 다른 임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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