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투자자 모아 빌딩 짓는다”… 정부, 리츠 직접 개발 허용 추진
다수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모아 운영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부동산을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 완화에 나선다. 연간 190조원(부동산원 추산)에 달하는 부동산 개발 이익을 일반 국민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이런 내용의 ‘리츠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리츠는 다수 투자자로부터 소액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그 수익을 배당해주는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다. 리츠가 보유한 고가·우량 부동산이 주식처럼 거래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자산관리회사(AMC)가 전문적으로 자산을 투자·운용하기 때문에, 개인이 직접 투자를 했을 때보다 환금성과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리츠는 총 375개에 달한다. 서울 중심에 있는 종로타워(SK리츠), 태평로빌딩(SK리츠), 롯데백화점 강남점(롯데리츠) 등이 개인이 아닌 리츠 소유로 운영되고 있다. 자산 규모는 총 98조2000억원(상장리츠 8조원)이다. 최근 5년간 2배 가까이 성장하긴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리츠가 도입된 일본(상장리츠 152조원)·싱가포르(93조원)에 비해서는 시장 규모가 여전히 작다.
정부는 국내 리츠 시장이 성장하지 못한 이유를 복잡한 규제에서 찾는다. 예컨대 지금은 리츠가 자신이 운용할 부동산을 직접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사업 계획 변경이 잦을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국토부로부터 변경인가를 받고 공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해서다. 이때문에 대부분 리츠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PF사업을 위한 특수목적회사)를 세워 부동산을 개발한 뒤, 이후 인수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젝트 리츠’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발 단계에서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 리츠는 인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되고, 1인 주식 소유한도 제한(50%) 적용도 받지 않는다. 공시·보고 의무는 최소한으로 적용된다. 사업 분석과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투자 보고서만 보고하면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배당이 이루어지지 않는 개발단계에서는 전문·기관 투자자만 참여하기 때문에 운영 단계에서 적용되는 일반 투자자 보호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고 말했다.
주택·오피스(76%)에 편중된 리츠의 투자 범위도 대폭 넓어진다. 현재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령에 열거된 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국토부가 승인하는 자산에 폭넓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반기 중 관련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특히 ‘시니어주택과 의료·상업 복합시설’인 헬스케어 리츠를 2·3기 신도시의 택지를 활용해 내년까지 3곳 이상 공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리츠를 통한 개발이 늘어나야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선진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간 시행사가 적은 자기자본으로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일으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PF 사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건설경기가 좋을때는 소수가 이익을 독점하는 반면, 침체기에는 유동성 위기로 사업이 아예 중단되는 부작용이 속출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PFV의 자기자본 비율은 2~5%에 불과하지만, 리츠의 자기자본 비율은 38%로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프로젝트 리츠 설립 등을 위해선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하반기 중 후속 법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츠의 직접 개발 허용은 그간 활성화가 안 됐던 사안이라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국리츠협회도 “이번 대책은 그간 업계에서 애로를 겪어왔던 사항을 대부분 해소하는 내용”이라며 환영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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