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22대 국회 채상병 특검법, 대통령실 등 ‘윗선’ 개입 밝힐까?

김혜리 기자 2024. 6. 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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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 상병 사건 특별검사법을 다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가 17일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재발의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 특별검사법안’ 처리를 위한 속도전을 예고했다. 채 상병 사망 1주기인 다음 달 19일 전까지 국회 본회의 통과를 다짐하면서다. 새 특검법안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특검법에 비해 수사 범위와 권한 등을 확대·강화했다. 수사 외압 의혹의 ‘윗선’ 규명에 더 초점을 맞춘다는 취지에서다. 윤 대통령은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공산이 커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재의결을 하려면 국민의힘 쪽에서 이탈표가 최소 8표 나와야 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난 12일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특검법안을 상정했다. 17일엔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고 법안 심사에 들어갔다. 법사위는 오는 21일엔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출석시켜 특검법안 입법 청문회도 연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속도는 더딘 편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해 10개월째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인력 부족과 지휘부 공백 문제가 겹치면서 이 전 장관이나 대통령실 등 윗선까지 수사가 닿지 못했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간 통화내역 등 주요 증거는 오히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사건 군사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나마 채 상병 사망 당시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 등 주요 관계자들의 통신내역을 확보할 수 있는 기한은 한 달 남짓 남았다.

시선이 특검법안으로 다시 쏠리는 건 이 때문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면 본회의 재의결까지 여러 문턱을 넘어야 하고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새 특검법안이 막강한 권한과 인력 등을 보장하고 있어 현실화되기만 하면 진상규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새 특검법안은 앞선 특검법과 달리 외압 의혹은 물론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수사와 재판 과정을 모두 수사할 수 있도록 대상과 범위를 확대했다. 경찰(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공수처(수사 외압 의혹 수사), 군사법원(박정훈 대령 항명죄 재판) 등으로 쪼개진 수사·재판을 특검이 모두 넘겨받도록 한 것이다.

새 특검법안은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공소취소 권한도 특검에 부여했다. 항명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는 박 대령에게 더는 죄를 묻지 않고 공소를 취소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고 민주당이 2명을 추려 최종 후보로 추천하는 앞선 방식에서 변협 추천 없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인씩 총 2인을 추천하도록 바꿨다. 대통령이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자동으로 임명되도록 했다.

특검 인력 규모는 두 법안이 같지만 공수처는 능가한다. 현재 공수처의 채 상병 사건 수사팀에는 검사가 6명뿐이지만 특검은 특별수사관을 40명까지 임명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검찰에 검사 20명 파견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 인원만 최대 104명에 달한다. 특검 사상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특검’과 비슷한 규모다.

이처럼 강력한 새 특검법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검 후보 추천권을 비교섭단체까지 확대한 것을 두고 “한 정당만이 아니라 다른 정당까지 의견을 모은다면 좀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들이 나왔다”며 “특검을 해서 의문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가 사실상 정부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대신 행사하는 것으로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수사대상 범위가 확장된 것에 대해 “특검은 개별 사건에 대해 예외적으로 하는 것인데, 여러 사건을 잔뜩 포함시키면 야당에서 작은 검찰청을 하나 새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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