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덴버와 보스턴이 파이널에서 붙었다면?
아직 파이널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보스턴 셀틱스는 올시즌 최강팀으로 불리고 있다. 서고동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동부 컨퍼런스 소속으로 정규시즌 전체승률 1위를 찍었으며 플레이오프에서도 큰 위기없이 순항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동부 경쟁팀 상당수 핵심 선수들이 플레이오프에서 줄줄이 부상으로 신음하는 변수가 작용하기는했으나 그러한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전력 자체에서 보스턴을 감당할 팀은 없었다는 평가다.
이를 입증하듯 지옥의 서부 컨퍼런스를 평정하고 파이널에 올라온 댈러스 매버릭스를 시리즈 전적 3-1로 압도중이다. 우승 전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다. 이러한 보스턴에 대해 일각에서는 ‘역대급 팀이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아직 시리즈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압도적 강함을 뽐내고있는 것이 그 이유다.
파이널 우승공식에서 변하지않는 사실중 하나는 이른바 히어로 농구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강력한 스타 한 두명이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그러한 힘이 우승까지 이어지는게 대부분이다. 2003~04시즌 디트로이트 피스톤즈같이 베스트5의 고른 활약으로 우승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다.
토론토 랩터스(카와이 레너드), LA 레이커스(르브론 제임스), 밀워키 벅스(야니스 아데토쿤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스테판 커리), 덴버 너게츠(니콜라 요키치) 등 최근 5시즌만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보스턴은 다르다. 이른바 S급 플레이어는 없지만 주전 전원이 A+혹은 A급에 가까운 선수들로 구성되었다. 벤치 멤버도 탄탄하다.
그로인해 디트로이트 배드보이즈 2기와 비교되기도 한다. 우승 당시 디트로이트는 벤 월러스(50‧201cm), 라쉬드 월러스(50‧211cm), 테이션 프린스(44‧206cm), 리처드 해밀턴(46‧201cm), 천시 빌럽스(48‧191cm)로 구성되었는데 이른바 특급스타는 없지만 각 포지션별 구성이 잘되어있고 평균 신장도 높은축에 속하는 등 공수 밸런스가 잘 잡힌 팀으로 평가받았다.
보스턴은 그보다도 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인다. 제이슨 테이텀(26‧203cm), 제일런 브라운(28‧196.2cm), 즈루 할러데이(34‧191cm), 데릭 화이트(29‧193cm)의 4인은 활동량, 수비력, 패싱게임 등 조직적인 농구에서 굉장한 강점을 보이며 공격같은 경우 교대로 터지는 방식으로 상대팀을 힘들게한다.
플레이오프 등 큰무대에서 특정 포지션에 구멍이 생기면 집중공략 대상이 되기 십상이며 그로인해 전체적인 수비 조직력이 흔들리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보스턴은 다르다. 하나같이 평균이상의 수비력을 가지고있는지라 상대가 스위치 전략을 가지고나와도 좀처럼 균열이 만들어지지않는다.
댈러스 원투펀치 루카 돈치치(25‧201cm)와 카이리 어빙(32‧187.2cm)을 더블팀을 거의 쓰지않은채 일대일로 막아내고 있다는 점이 이들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한다. 돈치치와 어빙의 위력을 앞세워 더블팀을 유발하는 댈러스의 주 공격 패턴이 이들에게는 통하지않고 있다.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29‧221cm)는 부상만 없다면 언제든지 상대팀에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선수이며 샘 하우저(27‧201cm), 알 호포드(38‧206cm) 등 벤치 파워 또한 여전히 뜨겁다.
댈러스를 상대로 약점이 없는듯한 모습을 보이고있는 보스턴이지만 일각에서는 ‘상대를 잘만났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보스턴이 공수에서 매우 안정적인 강팀임은 분명하지만 앞선 1, 2번의 비중이 큰 댈러스에게는 특히 상성에서 좋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보스턴은 작고 빠른 가드들이 공격을 주도하는 팀이나 포스트 파워가 강한 팀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인바있는데 댈러스는 어디에도 해당되지않는다.
농구인 B씨는 “보스턴의 현 선수 구성은 스윙맨 에이스나 장신가드가 중심인 팀을 잡아먹기 딱 좋다. 반면 상대적으로 포스트 파워는 그만큼은 아니다. 때문에 골밑에서 존재감 강한 빅맨이 버티고있는 팀을 상대로는 고전할 수도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힘겹다는 것이지 자신들의 장점을 활용해 상성을 깰만큼 강한 전력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에 올라온 팀중 골밑이 강한 팀으로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즈와 덴버 네게츠가 있다. 미네소타는 포스트 자원이 풍부한 팀이다. '수비왕' 루디 고베어(32·216cm), '슈팅 센터' 칼-앤서니 타운스(28‧211cm)의 '트윈타워'에 ‘올시즌 식스맨상’ 수상자 나즈 리드(25·206cm)까지 버티고있어 질과 양적으로 어느 팀에게도 밀리지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돋보인다. 강한 빅맨을 인해전술로 돌아가면서 괴롭히는데는 좋지만 스스로 화력을 주도해가는 쪽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때문에 보스턴과 맞붙었을 경우 골밑에서 우위를 점하기는해도 수비에서 큰 부담을 주기에는 모자랄 것이다는 분석이다. 외려 주포 앤서니 에드워즈(23‧193cm)가 보스턴의 풍부한 스윙맨층에 손발이 묶일 공산이 크다.
보스턴과의 승부가 가장 궁금한 팀은 지난시즌 우승팀 덴버다. 덴버에는 이시대 최고의 빅맨 니콜라 요키치(29‧211cm)가 버티고 있다. 단순히 현역 최고를 넘어 샤킬 오닐, 카림 압둘자바 등 역대급 빅맨들을 소환할 정도로 공격 생산성이 높다. 포스트 장악에 더해 외곽슛, 패싱게임 등 전천후로 보스턴 수비를 흔들 수 있는 존재다.
보스턴은 이번 시리즈에서 댈러스에게 더블팀을 거의 가지않는 수비로 재미를 보고있지만 요키치에게는 통하지 않을 전술이다. 더블팀 혹은 트리플팀까지 감수하면서 집중수비를 들어가야만하는 상대다. 거기에 애런 고든(29‧203cm)의 포스트 인근 에너지레벨도 장난 아니다. 포르징기스가 있기는하지만 역시 요키치를 일대일로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무엇보다 워낙 부상이 잦은 선수라 안정감있는 카드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보스턴도 덴버의 앞선을 괴롭힐만한 무기가 차고넘치는지라 만약 양팀이 맞붙었다면 그야말로 매경기 살얼음승부가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듀얼 가드로 KBL 한시대를 풍미했던 '백만돌이' 전형수(45‧180cm) 명지고 코치는 “개인적으로 덴버를 높이 평가하고 응원하는 팬이다. 그러나 올시즌만 놓고보면 보스턴을 당할 팀이 있을까싶다. 전략 전술이 발전하면서 상성관계도 더욱 뚜렷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의 팀 보스턴은 그것을 넘어서는 힘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참고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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