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환자 새우등 터지네"…서울대병원 집단휴진 첫날
큰 혼란 없지만 진료 연기·대기 인원 증가
환자들 "왜 우리가 의정 대립에 피해봐야 하나"
[더팩트ㅣ김시형·장혜승 기자] "오늘 정기검진 예약이 돼있었는데 휴진 때문에 20일로 미뤄졌다고 교수에게 연락이 왔네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서울대병원 일부 교수들이 집단휴진에 돌입한 17일 오전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서모(73) 씨는 당황한 기색이었다.
,이날 우려했던 만큼 큰 혼란은 없었지만 갑작스런 진료 연기에 발걸음을 돌리는 환자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대병원 소아과에서 만난 김모(37) 씨도 "아이 진료를 19일에 예약했는데 오늘 집단휴진 때문에 교수에게 7월 초로 연기됐다고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들이 휴진한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은 평소와 같이 환자들로 북적였다.
보라매병원 내과와 안과 대기석에는 각각 30명과 40명의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렸다. 폐센터에는 15명, 산부인과에는 30명이 대기 중이었다. 반면 입·퇴원수속 접수처는 한산했다.
이날 휴진에 참여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진료를 보는 교수들이 많아 환자들은 별다른 혼란은 겪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호흡기내과 진료를 위해 보라매병원에 방문한 최모(68) 씨는 "담당 교수가 휴진하지 않아 평상시처럼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진료 대기인원은 평소보다 많아 불편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통증의학과에 내원한 김모(67) 씨는 "어머니가 오전 10시에 진료 예약을 했는데 30분이 지나도 계속 대기 중"이라며 "지난번 내원했을 때보다 대기환자 수가 2배정도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화기내과 오후 진료를 앞두고 채혈실 앞에서 대기 중이던 서모(56) 씨는 "아침 일찍 내원해 대기가 길진 않았지만 최근에 저같은 기존 환자가 아닌 신규 환자들의 경우 진료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에 방문한 송모(83) 씨는 "3년째 내원하고 있는데 진료나 예약이 취소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응급실 진도 원활했다. 40대 이모 씨는 "응급실에 왔다가 비뇨기과로 가라고 해서 가고 있다"며 "진료가 취소되거나 거절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집단휴진에 따른 의료공백을 우려하며 한목소리로 의사들의 조속한 복귀를 요구했다. 서 씨는 "현 상황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지고 있는 상황 아닌가"라며 "의정갈등이 잘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씨는 "의정 모두 좋은 방향으로 타협하는게 가장 좋겠지만 정부가 의사들의 의견도 조금 존중해줄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4곳 교수 529명이 이날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다. 이는 총 진료교수 967명 중 54.7%에 달하는 숫자다. 휴진 지지 의사를 밝힌 교수도 전체 진료교수의 90.3%인 873명에 달했다.
이에 수술실 예상 가동률도 33.5%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수술실이 있는 3개병원의 합계 수술실 예상 가동률은 62.7%에서 33.5%로 낮아질 것으로 조사됐다"고 부연했다.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행정처분 완전 취소 △상설 의정협의체 구성 △2025년 의대 정원 재조정과 2026년 이후 정원 재논의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비대위는 "정부의 독단적인 증원 정책에 맞서 의료현장 붕괴를 막고자 밤낮으로 노력해왔지만 안타깝게도 병원 상황은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다"며 "이번 휴진은 이러한 책무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절실한 외침"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에 이어 오는 18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동네 병의원 집단휴진을 예고했다. 정부는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이날부터 전국 단위 중증응급질환별 순환당직제를 실시하고 집단 휴진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라고 각 대학병원장들에게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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