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다이아 진짜니? 내껀 OO야”...백화점서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4. 6. 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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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가치 소비 추구
환경오염·동물 학대 적은
인조상품 지갑 활짝 열어
유통업 호응에 시장 성장
백화점서 관련 매장 늘려

진짜만큼이나 ‘인공’이 각광받는 시대가 열렸다. 환경오염과 동물 학대 주범으로 지목받는 ‘천연’ 상품 대신 실험실과 공장에서 만든 ‘인조’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이다. 이는 소비에서도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신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금처럼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 천연 상품보다 합리적 가격으로 양산할 수 있는 인공 제품이 더욱 많이 팔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제로미트존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모습 [롯데쇼핑]
17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4일 강남점 오픈스테이지에서는 스와로브스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론칭쇼가 열렸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 만든 다이아몬드를 의미한다. 스와로브스키는 지난 4월 해외 보석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국내에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 유통업계 최초로 신세계백화점에서 론칭쇼를 개최했으며, 팝업 스토어를 오는 25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오픈스테이지에서 진행 중인 스와로브스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팝업 스토어. [신세계]
신세계는 스와로브스키 외에도 다양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판매 업체를 끌어들이며 수요 증가에 대처하고 있다. 현재 국내 유일의 자체 생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브랜드인 알로드 매장을 본점과 경기점 등 총 4곳에서 운영 중이다. 아울러 어니스트서울은 올해 말까지 총 3개점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국내 명품 쇼핑의 중심이라고 평가받는 강남점에 랩그로운 다이아 반짝 매장을 잇달아 개최할 정도로 시장의 장래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알로드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 [KDT다이아몬드]
랩그로운 다이아에 공을 들이는 건 신세계뿐만이 아니다. 롯데백화점은 이랜드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브랜드 더그레이스런던의 정식 매장을 노원점과 본점, 동탄점에 운영 중이며 이달 말 잠실에도 오픈을 예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명품관인 잠실 에비뉴엘에 알로드가 입점한 것이 보석 및 유통업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도 알로드와 어니스트서울의 장기 팝업을 진행하며 시장 대응 전략 수립에 분주하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어니스트서울 매장 [현대백화점]
백화점이 랩그로운 다이아 매장을 늘려가는 데는 과거와 다른 소비 패턴이 영향을 미쳤다. 천연을 고집했던 과거 소비자와 다르게 최근에는 물건을 사면서도 공동체를 고려하는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 만들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채굴을 위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이아몬드가 분쟁 지역의 저소득층을 착취해 무장 세력의 예산으로 활용되는 ‘블러드 다이아몬드’ 논쟁에서도 자유롭다. 물리·화학·광학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차이가 없는데다가 가격은 10~50% 수준이라 물가 상승기에 더욱 인기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는 2022년 33조원에서 2032년 81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다이아몬드 채굴의 참혹한 현실을 고발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블러드 다이아몬드’ [워너 브라더스]
유통업계는 비건 메뉴 판매도 늘려가고 있다. ‘바른 소비’를 추구하는 인구는 육식이 동물권을 침해한다고 여겨 식탁에 진짜 고기 대신 대체육을 올리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제로미트존이라는 비건 식품 특화 매대를 운영 중이다. 전국 92개 점포에서 40여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들어 6월 11일까지 제로미트존의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 상승했다. 매출이 높은 비건 상품으로는 CJ 플랜테이블 왕교자와 롯데마트 자체 브랜드(PB)인 요리하다의 콜리플라워 볶음밥이 있다. 롯데마트는 야미요밀 채식 크림쌀빵 같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디저트도 최근 선보였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채식상품존도 매출 신장률이 20%에 육박한다.
이마트 용산점 채식주의존에서 직원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이마트]
이밖에 백화점 3사가 마르헨제이, 무음, 낫아워스, 세이브더덕 등 비건 패션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 개최를 확대하며 가치 소비 유행에 부응하고 있다. 권정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젊은 세대로 갈수록 천연 다이아몬드와 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오염이 유발되고 자원이 낭비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경우 가격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인기를 끄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지난달 잠실 월드몰에서 진행한 비건 브랜드 무음의 팝업 스토어. [롯데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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