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시'가 성공적인 '찐' 수사물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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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월화드라마 <크래시> 는 12부작의 끝을 향해 빠르게 질주하는 속도감 넘치는 수사물이다. 크래시>
정채만(허성태)이 이끄는 남강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TCI)을 중심으로 차연호(이민기), 민소희(곽선영), 우동기(이호철), 어현경(문희) 등 팀원들의 개인사와 엮인 교통 관련 범죄들이 매회 에피소드 식으로 등장한다.
<크래시> 가 성공적인 찐 수사물인 이유는 속도감과 입체적인 플롯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크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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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수사연구 박기자의 TV탐정]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는 12부작의 끝을 향해 빠르게 질주하는 속도감 넘치는 수사물이다. 정채만(허성태)이 이끄는 남강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TCI)을 중심으로 차연호(이민기), 민소희(곽선영), 우동기(이호철), 어현경(문희) 등 팀원들의 개인사와 엮인 교통 관련 범죄들이 매회 에피소드 식으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심장을 들썩이게 하는데, 가끔은 너무 섬뜩해서 가끔은 감동적인 한순간에 가슴이 울컥해서다. 여기에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 사건들은 그 뒤에 숨은 수많은 사회의 부조리들을 드러내는 지표 역할도 한다.
더구나 <크래시>는 에피소드 방식으로 사건 나열만을 하는 전개도 아니다. 회차가 진행될수록 카이스트 수학과 천재였던 차연호가 일으킨 교통사고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리고 9, 10회차의 정점에서 차연호의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 사망은 누명이었으며, 실은 표명학(허정도) 서울경찰청장의 아들 표정욱(강기둥)의 살인사건이라는 게 드러나는 것이다.
<크래시>가 성공적인 찐 수사물인 이유는 속도감과 입체적인 플롯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속도감 있고 잘 짜인 수사물은 찾아보면 많다. <크래시>의 가장 큰 장점은 디테일이다. <크래시>는 교통범죄수사팀을 비롯한 수사경찰들의 수사 방식에 굉장히 공을 들인다. 그들이 어떻게 증거를 수집하고, 그 증거를 통해 어떻게 범인의 흔적을 찾아내는지를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보여준다. 쓸데없는 감정놀음, 과장된 휴머니즘을 배제하고 그 자리에 수사관들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드라마가 다큐처럼 보이지 않도록 적절하게 TCI 팀원들의 수사에서 느끼는 감정선과 적절한 페이소스를 섞을 줄 안다.
사실 <크래시>는 자칫하면 TCI 팀원들이 워낙 능력치 '만랩'이라 유치한 히어로물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수사 디테일과 팀원들의 현실적인 수사관 감정선이 있어 이 드라마의 리얼리티 안에 적절히 녹여낼 수 있었다. 또한 <크래시>는 경찰 조직 사이에서의 경쟁 관계나 정치적 구조에 대해서도 '있을' 법하게 틀을 짜고 그 안에서 변주한다. 당연히 드라마적으로 과장된 부분이 있으나 경찰 조직에서 있을 법한 정치와 눈치 싸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남강경찰서 총경인 구경모(백현진)는 백현진 특유의 날 것 연기와 어우러지면서 생동감을 얻은 캐릭터다. 늘 윗선의 눈치를 보면서도 은근 좋은 서장의 이미지를 보이는 구경모는 선과 악으로 대비되지 않는 인간적인 캐릭터를 잘 완성해낸 경우다.
결국 <크래시>는 이처럼 리얼리티를 살리면서도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찐' 수사물이지만 여기에 담긴 정성의 시간은 꽤 길었을 것으로 보인다. 굵직한 사건은 표명학 부자라는 두 악역을 통해 수사물의 전형적인 패턴으로 몰입도를 높이면서, 대신 그 사이사이 빈틈에 현실적인 디테일로 꼼꼼하게 채워가는 과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크래시>에서 민소희 팀장은 뒤늦게 표정욱의 옛 범행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좀 더 물고 늘어졌다면."이라고 아쉬움 담긴 말을 한다. 사실 이건 수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그리고 동시에 <크래시>도 적용된다. <크래시>는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좀 더 물고 늘어져, 두툼한 수사결과보고서를 쓰듯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 하나하나 눈에 보이는 수사물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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