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죽였는데 가해자는 출소해도 20대”…거제 데이트 폭력 유족의 절규
17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교제폭력 관련 제도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청원서가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씨의 엄마라고 밝힌 청원인이다. 청원인은 “행복한 일상이 4월 1일 아침 9시 스토킹 폭행을 당했다는 딸의 전화 한 통으로 무너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건장한 가해자는 술을 먹고 딸의 방으로 뛰어와 동의도 없이 문을 열고 무방비 상태로 자고 있던 딸 아이 위에 올라타 잔혹하게 폭행을 가했다”며 “(딸이) 응급실을 간 사이 가해자는 피해자 집에서 태평하게 잠을 자는가 하면, 딸 사망 후 긴급체포에서 풀려나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더 좋은 대학 가서 더 좋은 여자 친구를 만나겠다’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사흘간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에도 조문도, 용서를 구하는 통화도 없었다”며 “이제 21살밖에 안된 앳된 딸이 폭행에 의한 다발성 장기 부전 및 패혈증으로 병원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청천벽력과 같은 현실에 부모와 가족들은 극심한 슬픔과 충격에 빠져 있다”며 “딸을 잃고 나서야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앞으로 어떻게 남은 자녀들을 키워나갈 것인지 몹시도 불안하고 겁이 난다”고 적었다. 가해자가 집 주소를 비롯한 가족들의 신상을 알고 있어 이사가 불가피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울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효정이는 가해자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가해자는 상해치사, 주거침입, 스토킹으로만 기소됐다”며 “사람을 죽여 놓고도 형량이 3년 이상의 징역밖에 안 돼 형을 살고 나와도 가해자는 20대다”라고 우려했다.
끝으로 “제2의, 제3의 효정이가 더는 있어선 안 되고, 우리 가족과 같은 고통을 받으면 안 된다”며 “살인자가 합당한 벌을 받아 선례를 남길 수 있도록 관심 가져 주시기를 간곡히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가해자가 구속될 때 경찰이 ‘가해자 인생도 생각해 달라’라고 훈계했다고 토로했다. 또 스토킹 범죄로 처리해 피해자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수사기관에서 교제폭력을 단순 쌍방폭행으로 종결시키지 못하도록, 신고 단계에서 신변보호조치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수사 매뉴얼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폭행·상해치사 가족·연인 간 양형 가중 및 스토킹 면식범 양형 가중을 강조했다. 가해자에게 적용된 폭행·상해치사죄는 살인의 고의가 없는 범죄인만큼 살인죄보다 죄질과 형량이 훨씬 더 가볍다. 청원인은 교제폭력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살인 사건은 가해자가 오랜 기간 악질적·상습적으로 피해자를 때리다가 죽이는 경우가 많아 감형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국회에 교제폭력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고, 피해자들은 보호받을 수 있는 교제폭력처벌법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상을 잘 알고 있어서 손쉽게 보복할 수 있는 상황임을 기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 4월 1일 오전 8시께 거주 중인 경남 거제시 고현동 원룸에서 김모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이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했다. 자신을 피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씨는 자고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 이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으로 전치 6주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 중이던 지난 4월 10일 고열과 함께 찾아온 갑작스러운 상태 악화로 끝내 숨졌다.
이 청원은 이날 오후 4시 40분 기준 오전 7시 현재 3만4603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 공개 이후 30일 이내 청원 성립 요건인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위원회에 넘겨져 관련 법 개정 논의를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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