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야 12년 버틸 수 있나? ML는 '온실' 아닌 '정글', 야마모토-LAD 딜레마 해법은 하나[스조산책 MLB]

노재형 2024. 6. 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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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17일(한국시각)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AP연합뉴스
야마모토는 최근 4경기 연속 100개의 공을 던지며 어깨 탈이 났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역사상 계약기간 10년 이상 초장기 계약은 27건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매니 마차도가 두 차례 10년 계약을 한 것을 감안하면 2만3천여명의 역대 메이저리거 가운데 25명 만이 초특급 대우를 받은 셈이다.

주목할 사항목은 이 중 투수는 2명 뿐이라는 점이다. 10년 계약 1호의 주인공인 웨인 갈랜드, 그리고 가장 최근 사례인 LA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다.

갈랜드는 197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20승7패, 평균자책점 2.67의 빼어난 성적을 거둔 뒤 그해 겨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10년 230만달러에 계약했다. 하지만 갈랜드는 계약 첫 시즌인 1977년 38경기에서 13승19패, 평균자책점 3.60을 올린 뒤 온갖 부상에 시달리며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결국 어깨 회전근 파열 부상을 입고 1981년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클리블랜드 구단은 계약기간 10년 가운데 절반도 채우지 못한 갈랜드에 심한 배신감을 느꼈을 터. 이후로 구단들은 40여년 동안 투수와 9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한 사례가 없다.

그걸 깬 투수가 2019년 12월 FA 게릿 콜이다. 그는 뉴욕 양키스와 9년 계약을 하며 투수로는 역대 최고 몸값인 3억2400만달러를 보장받았다. 비로소 투수도 초장기 계약 대우를 받는 시대가 다시 도래한 셈이다. 콜의 경우 FA 계약을 하기 전 3시즌 연속 200이닝 이상을 던지며 '강철 어깨'를 과시한 터라 계약 자체가 무리라는 평가는 거의 없었다.

뉴욕 양키스 게릿 콜. AP연합뉴스
야마모토는 역대 투수 최고액 및 최장기간 계약 기록을 세우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야마모토가 지난 겨울 이 기록을 깼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번도 던진 적이 없는 투수에게 10년도 부족했는지, 다저스는 12년을 보장해주며 3억2500만달러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다저스 뿐만이 아니었다. 양키스가 10년 3억달러, 뉴욕 메츠가 다저스와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하니 야마모토의 시장가치는 전문가들의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3년 연속 투수 4관왕에 오르며 MVP와 사와무라상을 거머쥔 야마모토가 NPB 역대 최고의 투수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저스, 양키스, 메츠가 영입 경쟁을 너무 과하게 벌인 '덕분'에 야마모토는 자신도 생각 못한 대우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야마모토는 서울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치른 메이저리그 데뷔전서 1이닝 동안 5실점하며 체면을 구겼지만, 이후 투구폼을 가다듬고 90마일대 중반의 빠른 공과 주무기인 스플리터, 커브의 위력을 찾으며 금세 적응에 성공했다.

그러나 개막 2개월이 흐르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염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야마모토가 17일(한국시각)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전날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2회를 마치고 오른팔 삼두근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강판한 야마모토는 검진 결과 어깨 회전근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초 야마모토는 지난 14일 텍사스 레인저스에 등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당 부위가 좋지 않아 이틀을 미뤄 이날 캔자스시티전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28개의 공을 던지고 통증을 참지 못하고 교체를 요청했다.

야마모토의 부상은 시즌 아웃 정도는 아니지만, 다저스 구단은 최소 2~3주 휴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이달 내 복귀는 물론 길어질 경우 전반기 복귀가 어렵다.

LA 야마모토 요시노부. AP연합뉴스

왜 이렇게 부상이 일찍 찾아왔을까.

야마모토는 지난달 2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서 100개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지난 8일 뉴욕 양키스전까지 4경기 연속 100개 이상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양키스전에서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06개의 공을 던졌고 처음으로 98마일대 강속구를 뿌렸다.

그 이전 투구수 100개를 엄두도 못 냈던 야마모토는 4경기 연속 갑자기 많은 공을 던졌으니, 이상이 생길 만한 상황. 다저스 구단의 배려로 NPB 시절의 루틴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5일 이상의 휴식을 보장받고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음에도 투구수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야마모토는 우리가 계속 살필 게 많은 선수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더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해 IL에 올렸다"고 밝혔다.

결국 메이저리그의 험난한 일정을 버티지 못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마모토는 다른 일본 출신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NPB에서 일주일 한 번 등판하는 로테이션에 익숙해 있다. 오릭스 시절 한 시즌 최다 등판은 26차례였고, 작년에는 23경기 등판에 불과했다.

계약기간이 무려 12년이다. 야마모토가 6년 혹은 8년 뒤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한 다저스는 12년을 그와 함께 해야 한다. 야마모토에게 NPB가 '온실'이라면 MLB는 '정글'이다. 4일 휴식 후 등판, 한 시즌 32~34차례 선발등판 등 '정글의 생존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다저스는 특정 선발 1~2명의 루틴 때문에 등판 간격이 상대적으로 불규칙해질 수밖에 없는 4,5선발의 '애환'도 살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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