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쪽 “판결 오류” 지적에…재판부 즉각 판결문 수정

김지은 기자 2024. 6. 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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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심리한 재판부가 17일 판결문 내용을 일부 수정해 양쪽에 송달했다.

이날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쪽에 판결경정결정정본을 송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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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C&C 가치 증가 기여분 355배→35.6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심리한 재판부가 17일 판결문 내용을 일부 수정해 양쪽에 송달했다.

이날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쪽에 판결경정결정정본을 송달했다. 수정된 부분은 최 회장 쪽이 항소심 판결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의 가치 산정’ 내용과 관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법원은 두 사람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최 회장 쪽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항소심 재판부가 1994년 11월 최태원 회장 취득 당시의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에는 주당 100원, 에스케이 시앤시(C&C·옛 대한텔레콤)가 상장한 2009년 11월에는 주당 3만5650원으로 계산했으나, 두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0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재판부는 1994~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 이후 2009년 에스케이 시앤시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할 때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하지만 최 회장 쪽은 주식 가액의 오류에 따라 이를 각각 125배와 35.5배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에스케이의 가치 증가에 아버지 최 전 회장의 기여가 큰데 재판부가 이를 잘못 계산해 상대적으로 노 관장의 기여도가 높아져 재산분할이 과도하게 이뤄졌다는 취지다.

최 회장의 변호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이에 근거해 에스케이㈜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하였기에, 앞선 오류를 정정한 뒤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수치가 틀린 점을 확인해 판결문에서 1998년 5월의 주식 가액을 1000원으로,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6배로 수정했다.

경정은 판결문에 수치 등 사소한 오류나 단순 오기 등이 있을 경우 이를 수정하는 절차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할 수 있고, 당사자 요청을 받아들여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산분할 액수 등 판결의 핵심적인 내용을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상급심이나 재심 등을 통해 다퉈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의 일부 수치를 경정했지만, 재산분할 액수를 수정하지 않은 것은 해당 대목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법무법인 율샘의 김도윤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의 수치를 수정한 것은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계산은 잘못됐지만 답(판결)은 유지한다고 할 때 경정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이날 주장한 ‘오류’가 대법원 판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기업 사건을 많이 다룬 한 변호사는 “2024년 주식가액이 1주당 16만원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분할할 재산의 가치가 달라지지 않았으며, 이 요소는 재판부가 핵심적으로 보는 사안이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짚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는 “재판부는 (노태우) 대통령의 비자금이 회사 인수 자금으로 들어갔느냐의 여부를 중요하게 봤을 뿐 주식가액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수정이 그저 ‘계산 오류’에 그치지 않을 경우 대법원에서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표현상 잘못이나 계산 착오일 경우 경정(수정)을 하는 건데, 그 자체가 사실오인인 것으로 판단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금액이 워낙 크니 100분의 1만 잘못이 되어도 큰 액수가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대법원에서 판단을 달리할 수 있다”고 봤다.

한편 노 관장 쪽은 최 회장 쪽의 주장은 판결문의 지엽적인 대목에 대한 문제제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노 관장의 법률대리인은 이날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에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회장 쪽 주장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에스케이 시앤시 주식 가치가 막대한 상승을 이룩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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