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진은 벼랑 끝 환자 등 떠미는 행위”··· 같은 의사들도 비판하는 집단 휴진
17일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의료계가 연쇄 집단휴진을 예고한 것을 두고 환자단체는 물론 보건의료계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의사 단체, 보건의료 노동자, 환자단체는 “휴진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휴진 철회를 요구했다.
의사단체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중증 환자 치료 지연, ‘응급실 뺑뺑이’ 등 위급한 상황에 내몰리는 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을 짚으며 “의대 교수들의 진료 중단은 벼랑 끝에 놓인 환자들의 등을 떠미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환자의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일부 의대 교수들의 휴진 등 진료 중단, 그리고 그러한 언사를 투쟁 수단으로 삼아 지금도 고통 속에 있는 환자와 시민을 불안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인의협은 “시민들이 의대 교수들에게 바라는 것은 지금 그들이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전공의 지키기’나 진료중단이 아니라 심각한 의료공백 상황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며, “일부 의과대학 교수들이 이 사태에서 정부와 전공의 간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고 의사 증원 반대 투쟁에 앞장 서는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이에 반대한다”고 했다.
동시에 인의협은 “의사 증원이 필요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시장주의적 2000명 의사증원 방안에 반대한다”는면서 “공공적인 의료체계로의 전환을 위해 의사들의 공공적인 양성, 지역의사제와 공공의사제 도입 등 정부의 적극적인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은 언론사에 배포한 기고를 통해 “의사의 단체 사직과 휴진은 중증 환자들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다”고 했다. 앞서 협의체는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 등과 함께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 휴진 움직임에 불참하기로 했다. 홍 위원장은 “뇌전증은 수술받으면 사망률이 3분의 1로 줄고, 10년 이상 장기 생존율이 50%에서 90%로 높아지는데, 지금은 전공의 사직으로 유발된 마취 인력 부족으로 예정됐던 수술의 40%도 못 하고 있다”며 “전국에서 뇌전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서울 6곳, 부산 1곳 등 7개뿐으로, 대부분 뇌전증 수술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10년 후에 활동할 의사 1%(1509명)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수십만명 중증 환자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라고 했다.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 휴진 관련 업무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승일 의료노련 위원장은 “의사 집단휴진에 따른 진료 및 수술 연기나 예약 취소 업무가 병원노동자에게 전가되는것을 강력하게 거부한다”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환자의 진료나 치료행위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손해배상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병원 진료 예약 취소는 검사와 수술 예약 변경이나 취소 등이 수반되고, 투약과 치료 시기가 늦춰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이 경우 중증·응급·필수의료가 아닌 만성질환자라 할지라도 진료 공백으로 생명과 건강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 9000여 명이 4개월 이상 의료현장을 이탈한 상황에서 의대교수 마저 무기한 전체 휴진에 돌입하면,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불안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고 환자안전도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정부를 압박하는 도구가 환자의 불안과 피해라면 그 어떤 이유도 명분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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