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송영길에 편지 “돈봉투 내게 덮어씌우나, 진실 말해달라”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의 핵심 고리인 민주당 사무부총장 출신 이정근(62)씨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게 “나에게 모든 혐의를 덮어씌우자는 것이냐. 이제라도 진실을 말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이씨는 사업가 박모씨에게 10억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 2개월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이정근 “실체 밝혀지고 있어…비겁한 적반하장 겁쟁이들”
이씨는 송 전 대표에게 지난 7일 보낸 A4 용지 3장짜리 편지를 법원 출입기자단에게 17일 공개했다. 이씨는 ‘이정근이 송영길 대표에게 진실규명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저는 햇수로 3년째 징역살이 중이고 참혹한 고통을 겪고 지옥에 있다”라며 “대표님은 검찰 횡포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논지에 여전히 저를 이용하고 계시다. 기가 막힌 현실”이라고 했다.
이씨는 송 전 대표가 작년 4월 귀국하면서 ‘민주당 돈봉투 사건’에 대해 “이정근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공개발언한 것을 언급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무서웠다. 잔인했다. 공포였다. 절망했다”라고 했다. 이어 “대표님의 발언으로만 보면, 이정근을 무참히 잘라버리고 오히려 검찰수사 과정과 결과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두둔한 것”이라며 “그 근거 없는 허위 발언으로 인해 저는 회복 불가능한 낙인이 찍혔고, 제 인생도 송두리째 짓밟혔다”고 했다.
이씨는 “대표님의 ‘일탈’ 발언 이후 저에게 모든 혐의를 덮어씌우자고 모의라도 한 듯 이성만(전 의원), 강래구(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조택상(전 인천시 정무부시장) 등이 한목소리로 저에게 몽땅 뒤집어씌웠다”라며 “제가 ‘돈 달라 징징거렸다’는 저급한 표현으로 저를 포함해 대중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
그러면서 “녹취록이 공개되고,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 모두 비겁한 적반하장 겁쟁이들이었음도 드러나고 있다”라며 “이들은 당대표 선거 이전부터 제가 모 대기업 계열사 임원으로 재직 중인 사실을 알았고 저의 임원 카드의 달콤함을 즐겼던 자들”이라고 했다.
이씨는 지난달 29일 송 전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의혹 전반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이씨는 송 전 대표가 ‘훗날을 기약하자’는 회유성 메시지를 보내는 등 위증을 교사했다는 주장도 했다.
◇민주당 돈봉투 의원, 1년 넘게 조사 안 받아
‘민주당 돈봉투 사건’은 송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2021년 전당대회 기간에 송 전 대표의 경선 캠프가 민주당 의원 20명 안팎에게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의 정점에 있는 송 전 대표는 지난 1월 구속 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경선 캠프 관계자들로부터 의원들에게 줄 돈봉투 20개(총 6000만원)를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관석 의원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윤 의원이 두 차례에 걸쳐 의원들에게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송 전 대표 지지 의원 모임에서 윤 의원이 돈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의원 10명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 중 허종식 의원, 이성만·임종성 전 의원은 돈봉투를 하나씩 받은 혐의로 이미 기소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지난달 초 돈봉투 수수 혐의를 받는 민주당 의원 7명에게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여전히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7명 의원은 검찰이 작년 4월 이 사건에 대해 본격 수사를 시작한 이후 한 차례도 조사받지 않았다. 7명 의원 중 6명은 22대 총선에서 당선돼 임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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