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스크램블러 [1] BM 분석 “뷰티? 스토리테크? 선택과 집중이 필요”
[동국대 캠퍼스타운 x 스케일업]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이 스케일업팀과 함께 ‘2024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동국대 캠퍼스타운과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이들의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합니다. 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연결해 도우려 합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스크램블러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광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토리테크(Story+Tech)를 바탕으로 민감성 피부를 위한 스킨케어 브랜드 ‘오방’을 전개하는 스타트업이다. 소비재 분야 애널리스트로 10년간 근무한 뒤 150억 원대 스킨케어 브랜드를 키워낸 경력이 있는 이소정 대표와 공학도이면서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간직한 이정수 이사가 지난 2022년 함께 창업했다. 올해 동국대 캠퍼스타운의 '2024년 HAI STARTUP TOWN 경진대회'를 통해 신규 입주기업으로 선정되어 창업공간, 창업지원금,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받고 있다.
스크램블러의 뷰티 브랜드 ‘오방(Ovang)’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글로벌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다. 현재 젤 클렌저, 클렌징 밤, 리페어 크림 등이 출시됐고 향후 토너 패드, 자외선 차단 제품을 추가하며 5단계 스킨케어 루틴을 아우르는 제품군을 완성활 예정이다. 민감성 피부를 대상으로 한 제품인 만큼 화학 성분을 최소화하고 미나리, 유자, 선인장 등 천연 성분을 활용했다. 피부를 자극할 수 있는 향료 또한 쓰지 않은 ‘프래그런스 프리’ 제품들이다.
뷰티 업계는 경쟁이 치열하다. 좋은 제품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제품에 어떤 메시지를 입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스크램블러가 내세우는 또 다른 축이 ‘스토리테크’다.
스크램블러는 제품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하는 방식의 마케팅이 아닌, 시적 감수성을 담은 마케팅을 시도한다. 가령 김경주 시인의 시에서 차용한 “내 고통은 자막이 없다. 읽히지 않는다”는 문구와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로 만든 이미지를 결합한 콘텐츠로 민감성 피부를 지닌 고객의 고통을 표현하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이정수 이사는 “민감성 피부를 지닌 사람들은 감수성도 섬세할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있다. 그 감수성을 건드려서 감성 소비를 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콘텐츠를 만들 때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스크램블러의 특징이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착상 과정에는 챗GPT 등을 활용해 장면을 구체화하고, 이를 이미지나 영상으로 제작할 때는 미드저니나 영상 생성 AI 런웨이 등을 활용한다. 이렇게 제작된 영상을 배포한 후에는 고객 피드백과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 광고 상품에 대한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스크램블러는 이같은 제작 체계를 오픈AI의 소라(SORA)와 같은 차세대 생성형 AI의 활용과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더욱 고도화해 B2B 솔루션으로 사업화하는 계획 또한 구상하고 있다. 말하자면 스크램블러에는 B2B 광고 대행업과 B2C 화장품 사업이라는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BM)이 공존하는 셈이다.
두 가지 BM의 결합, 초기 스타트업에겐 과도한 도전
스크램블러의 BM 분석을 위한 전문가로는 이복연 패스파인더넷 대표가 나섰다. 이복연 패스파인더넷 대표는 대기업에서 신사업 전략 및 사업성 분석, 조직 혁신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고, 2016년 이후 스타트업 양육 프로그램, 대기업 사내 벤처 및 스타트업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스크램블러의 기업 소개를 접한 이복연 대표는 “콘텐츠 사업과 뷰티 사업이라는 두 개의 다른 사업을 하겠다는 것으로 읽히는데, 현재 단계에서는 ‘과도한 도전’일 수 있다”며 “방향으로 하나로 정하고 나머지 하나는 이를 보완하는 도구 정도로 접근하라”고 제언했다.
이복연 대표는 외부 투자 없이 스타트업 자체 보유 자금과 현금 흐름만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부트스트랩’ 방식이라면 두 가지 BM 중 어느 하나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의 BM이라는 건 결국 가설이고, 이것이 작동할지 안 할지는 검증해 봐야만 알 수 있다. 하지만 BM 검증을 위해서는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결국 문제는 런웨이(보유 자금으로 생존 가능한 기간)다.
스크램블러는 런웨이가 그리 길지 않은 상황이므로 결국에는 머지않아 투자 유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두 BM 중 하나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기업의 정체성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이복연 대표는 조언한다. 현재의 스크램블러의 BM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이 스토리테크 기업인지, 뷰티 테크 기업인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급성장하는 민감성 피부 화장품 및 K-뷰티 시장
이복연 대표는 두 BM 중에서는 현시점에선 뷰티 분야에 집중할 것을 추천했다. 광고 제작업은 광고 기획력이나 빠른 제작 속도만으로는 차별성,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사업 규모 확대에도 한계가 많을 것이라는 이유다.
이 대표는 “SaaS 형태로 시스템을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광고 의뢰를 맡기는 고객들은 콘셉트 외 기획까지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외주의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외주 광고 제작 시장은 극단적으로 경쟁적인 레드 오션”이라며 “투입되는 인력과 시스템 비용, 약간의 기획비 정도가 수익 구조의 중심이고, 전형적인 수주업이기 때문에 시스템화를 완성하기 전까지는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산업이다. 시스템화가 안정화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뷰티 분야는 규모나 성장성 면에서 국내 시장은 쉽지 않겠지만, 북미 또는 방한 외국인의 경우 성장성 등에서 충분히 도전할 여지가 많다고 이 대표는 내다봤다.
민감성 피부를 가진 고객을 위한 제품의 시장 규모는 마켓 밸류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396억 달러(약 54조 원)로 1800억 달러(약 248조 원) 규모인 전체 스킨케어 시장의 22%를 차지한다. 성장 속도는 매년 8.3%로, 2032년에는 896억 달러(약 123조 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4%로 추정되는 기존 화장품 시장에 비하면 매우 빠른 성장 속도다. 물론 그만큼 큰 기업과 브랜드들이 많이 뛰어들어 경쟁하는 격전지이기도 하다.
2010년대 이후 K-뷰티라는 이름으로 한국 화장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연평균 8%의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북미 시장은 민감성 피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곳이기도 하다. ‘오방’이 주요 고객으로 설정한 민감성 피부를 지닌 10~30대 여성, 북미 고객이라는 공통 분모가 겹치는 영역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B2C 뷰티 사업에 집중하더라도 현 단계에서 여러모로 경쟁력 강화와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이 대표는 분석했다. 민감성 피부 개선 효과를 내세우는 오방은 더마톨로지 브랜드(의사와 약사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개발되는 화장품)를 대놓고 표방하지는 않지만, 실상 더마톨로지 브랜드와 같은 제품 포지션을 갖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전문가들의 자문, 검증 등을 내세우는 더마톨로지 제품들과 제품 신뢰성 면에서 불리한 상태로 경쟁해야 하는 셈이다.
이복연 대표는 “민감성 피부 고객에게 중요한 건 신뢰성 및 인지 품질, 구매 접근성”이라며 “당연히도 스타트업이기에 업계 선두 브랜드나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열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스크램블러에게는 기존의 통상적인 화장품 판매 방식과는 다른 핵심 구매 요인(Key Buying Factor)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에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입소문’을 노려라
이복연 대표가 대안으로 제시한 건 외국인 관광객 또는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사이에서의 ‘입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방한 외국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이들에게 사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영업 방식, 마케팅, 판매 채널이 필요하다.
이복연 대표는 한국에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제품을 알리고 이들의 피드백을 받는,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 및 마케팅이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정 규모의 매출도 확보할 수 있고,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제품을 개선하고 자외선 차단 제품이나 마스크팩 등 취급 제품군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스크램블러는 현재 초기 고객 행동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외부 채널 없이 자사 몰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 대표는 이 또한 인지도나 접근성 면에서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신 이 대표는 판매 채널을 오프라인 위주로 재편할 것을 제언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피부관리실, 방한 외래관광객 대상 여행사 등과 협업하면 단기적 매출 확보와 함께 고객 인지도 확보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방한 외국인들 상대로 판매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방문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 확대 또한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광고 콘텐츠도 기존 제작 영상물을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는 동시에,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겪을 수 있는 피부 트러블 관련 콘텐츠를 제작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이에 맞는 제품을 확보하며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크램블러가 참고할 만한 벤치마킹 사례로 이 대표는 HBAF와 로얄스킨의 사례를 제시했다.
아몬드 제품 브랜드인 HBAF는 길림양행이 도매 시장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0년대 초반 늘어나던 중국 및 동남아 고객을 상대로 출시한 B2C 제품군이다. 견과류, 명동 관광객 대상 매장을 출점하며 귀국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마스크팩 브랜드인 로얄스킨 또한 마스크팩을 기념품으로 사 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공략한 사례다. 핵심 구매 요인 설정, 단일 브랜드 마스크팩 매장을 내기 위한 제품군 확대, 높은 재고 회전율 구축 등 여러 도전과제를 동시에 풀어나간 선례이기도 하다.
로얄스킨은 매장과 제품 전반에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붉은 색과 황금색을 사용하고, 핵심 제품 요소로 ‘하얀 피부’를 내세워 한국 연예인들의 피부에 대한 이들의 동경을 자극했다. 또한 판매 형태도 낱개부터 다양한 묶음 및 번들 포장으로 다양화했다. 철저히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제품을 구성한 것이다.
이날 BM 분석을 들은 스크램블러 이소정 대표와 이정수 이사는 B2C 뷰티 사업에 집중하며, 방한 외국인 대상 오프라인 마케팅, 판매, 영업 강화로의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이복연 대표의 제언에 공감했다.
이 대표는 “사업이라는 건 초기 팀들은 어느 하나에만 매달리는 게 성과가 더 잘 나기 마련“이라며 “할 수 있는 게 다섯 개라면 그중 하나만 집중하고 네 개는 잊어버려야 한다. 할 수 있는 걸 다 벌려놓고 상호보완적으로 키운다는 건 스타트업에게는 어려운 이야기라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복연 대표는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영업 전문가를 멘토로 초빙해 현재 제작한 MVP(Minimal Viable Product) 재고의 오프라인 판매 촉진과 방한 외국인 고객을 통한 고객 직접 확보를 위한 조언 청취할 것을 제안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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