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용부, '회계장부 조사 거부' 노조 과태료 취소하라"

고홍주 기자 2024. 6. 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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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지난해 회계장부 비치 여부 조사에 불응한 노동조합을 상대로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1심 법원은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7단독 서영효 판사는 지난 10일 고용부가 민주노총과 언론노조, 전국교수노조, 전국대리운전노조에 부과한 과태료 이의제기 사건에서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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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지난해 회계장부 비치 현장조사 거부에 과태료 부과
민주노총, 처분 불복해 이의제기…법원, 민주노총 승소 판결
"정부 권한 행사 최소한에 그쳐야…직접 조사시 자주성 훼손"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해 4월 21일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입구에서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하기 위해 금속노조 관계자들에게 출입을 요청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자료비치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으며 자료 제출 또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행했다며 고용노동부의 현장 조사를 거부했다. 2023.04.2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회계장부 비치 여부 조사에 불응한 노동조합을 상대로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1심 법원은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7단독 서영효 판사는 지난 10일 고용부가 민주노총과 언론노조, 전국교수노조, 전국대리운전노조에 부과한 과태료 이의제기 사건에서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고용부는 지난해 조합원이 1000명 이상인 334개 노조(최종 319곳)를 대상으로 2월15일까지 회계장부 비치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자율점검 결과서와 증빙자료(표지 및 속지 각각 1장)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그 소속 노조 36곳,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본부와 소속 3개 노조 및 미가맹 노조 1곳 등 42곳이 끝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현장조사에 나섰다.

노조들은 "자주성 침해"라고 주장하며 조사에 응하지 않고 거부했고, 이에 고용부는 같은 해 4월7일 이들을 대상으로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민주노총은 과태료 부과에 이의를 제기했고, 고용부는 이를 관할 법원인 중앙지법에 과태료 재판을 해달라고 통보했다.

서 판사는 '노조 자주성 침해'에 해당한다며 민주노총의 손을 들어줬다.

서 판사는 "노조에 대해 정부 내지 행정관청이 비록 감독권을 행사할 경우에 직면하더라도, 그러한 권한의 행사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노조의 자주성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려는 행위는 그것이 어떠한 형태를 갖추더라도 쉽사리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현행 노동조합법에 의하면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노조는 그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할 의무만을 부담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역시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다"며 "행정관청이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22조 제2항을 이유로 노조 사무실에의 출입 및 직접 조사·검사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이는 노조법의 연혁 경위 및 현행 노조법 근본취지에도 반할 뿐 아니라, 헌법 제33조 제1항이 보장하는 노조의 자주성을 직접적으로 침해·훼손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위반자(민주노총)는 고용부의 자료제출 요구에 따라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의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작성·비치를 확인해줄 서류 및 그 사진촬영 자료를 제출했다"며 "비록 일부가 누락돼 있기는 하지만, 제출자료에 비춰볼 때 위반자로서는 일응 노조법 제14조가 정한 서류등의 작성·비치·보존 의무를 어느 정도는 성실히 이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반자가 과태료 부과대상인 노조법 제14조를 위반한 질서위반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할 만한 상황에 놓여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검사권을 발동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한편 한국노총 역시 같은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으나 이의를 제기해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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