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휴진' 첫날, 대란은 없었다…내부에선 "길어야 일주일"
"더 할 수 있는 건 없어…그 시점 되면 휴진 철회하고 항복선언"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박혜연 김종훈 기자 =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17일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지만, 첫날이어서인지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7일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이날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병원들의 예상 휴진 참여율은 과반이 넘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참여율은 그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15일 공개한 휴진 예상 참여율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967명 중 529명(54.7%)이 휴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병원별로 살펴보면 분당서울대병원이 63.1%로 예상 참여율이 가장 높았고, 서울대병원 본원이 57.3%, 보라매병원이 45.2%, 강남센터가 13.2%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휴진으로 인해 의료 현장에 큰 혼란이 빚어지지는 않고 있다.
교수들이 휴진에 동참하면서도 중증·응급 환자는 계속해서 진료를 하고 있는데다, 비대위가 외래 예약 조정을 했어도 정상 출근해 원내에 상주해달라는 행동지침을 내려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뉴스1에 "실제 진료 변경이 이뤄진 교수는 휴진 의사를 밝힌 529명이 맞다"면서도 "휴진 참여 교수라도 일부 중증 환자 등의 진료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외래 진료 감소율은 더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도 이날 오전 열린 집회에서 "서울대병원은 열려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 근무하고 있다. 병원에 오면 진료 받는다"며 "저희가 일주일 동안 외래 수술 일정 조절해서 시간이 좀 나는 동안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의료를 만들 수 있는지 공부하고 고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상 휴진 참여율 60%를 넘긴 분당서울대병원도 교수들도 지침대로 위중증 환자 등은 진료를 보면서 우려하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속 교수는 "외래 휴진율은 20%가량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술도 휴진하기 직전인 지난주 수술을 최대한 앞당겨 처리해 놓은 상황. 따라서 이번 휴진으로 수술실 가동률이 3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교수들이 수술을 대거 앞당기면서 큰 혼란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보라매병원의 경우 더욱 평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라매병원의 한 교수는 "병원마다 색깔이 좀 다른데 우리 병원 교수들은 서울대 소속이긴 하지만 시립병원이면서 평소에 공공의료 사업도 많이 하고 있어서 (휴진)참여율이 좀 낮은 것 같다"며 "수술도 90% 이상 운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오히려 대기시간이 줄고 편하게 진료를 봤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한 보호자는 "평소 1시간 넘게 대기했는데 오늘은 오히려 대기시간이 줄고 주차 공간이 널널해서 편했다"고 전했다.
휴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진료를 받게 돼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보호자도 있었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C 씨는 "뉴스 보고 불안했는데 정상적으로 진료한다고 안내 문자가 왔다"며 "저희 진료를 보는 교수님은 휴진에 동참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도 특별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이 요구하는 것은 알고 있으나 지금까지 밝힌 입장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
비대위가 예고한 대로 휴진이 무기한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집회에서 "일주일 동안 외래와 수술 일정을 조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서울의대 교수도 "일주일 내로 다 끝날 것 같다. 교수들이 환자를 봐야 해서 더 이상은 참여하지 않을 듯하다"고 했다.
방재승 전 비대위원장도 "이미 의료 붕괴는 시작됐고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정부가 귀를 닫고 도대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볼 것이다. 정부가 끝까지 안 들어주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시점이 되면 바로 휴진을 철회하고 항복 선언을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때가 되면 '모든 의료 붕괴의 책임은 정부가 있으니 정부가 책임지십시오' 하고 저희는 환자 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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