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가전제품’ 챙기고 골프 접대…의사 1000명 ‘불법 리베이트’ 수사

이혜영 기자 2024. 6. 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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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고려제약 수사 과정서 의사 1000여 명 연루 정황 확인
조지호 청장 “많게는 수천만원씩, 입건 검토”…수사 확대 가능성도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서울경찰청은 4월29일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고려제약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소속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이 현실화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찰이 '불법 리베이트'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경찰은 고려제약으로부터 금품과 각종 접대를 받은 의사 1000여 명을 수사선상에 올려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직 의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소환조사가 불가피 할 방침이다. 

17일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수사와 관련해 "의사 기준 1000명 이상이 (제약사로부터) 현금을 직접 받거나 가전제품 등 물품 또는 골프 관련 접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이들에 대해선 금품 제공받은 경위를 확인하는 작업을 곧 시작할 것"이라며 "소명 내용에 따라 입건자 수는 1000명 다 될 수도 있고 덜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구체적인 리베이트 금액에 대해 "많게는 (1인당) 수천만원이고 적게는 수백만원"이라며 "관련 법률에 따라 일정 액수 조건 이하에서는 받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확인이 필요한 1000여 명은 그 범위를 넘는 금액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리베이트 연루 의사들의 소속 병원 중 '빅5'가 포함됐는지에 대해선 "다양하게 있다"고 언급했다.

경찰은 고려제약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의사들에게 자사 약을 쓰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를 포착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고려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한 경찰은 현재까지 고려제약 관계자 8명과 의사 14명을 입건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 ⓒ연합뉴스

경찰은 불법 리베이트를 의약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보고 관련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고려제약으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 받은 것으로 의심 받는 의사만 1000명을 넘어서는 만큼 향후 수사 전개에 따라 이 규모는 훨씬 확대될 수 있다. 경찰은 이를 위해 국세청 등과의 공조 가능성도 열어뒀다. 

조 청장은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며 "한 제약사의 문제라고 보기엔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어 더 들여다봐야 해 세무당국과 협의해 수사를 확대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의협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 집단휴진과 관련해 "보건당국에서 요청이 오면 적극 협조해 현장 실사를 돕는 역할을 하고, 보건당국이 관련 법률에 따라 고발하면 해당 사건 수사를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소속 교수 가운데 진료를 보는 967명 중 529명(54.7%)은 이날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 계열 외 빅5를 비롯한 전국 주요 대형병원 소속 의대 교수들도 의협과 함께 오는 18일 휴진을 예고했고, 일부는 서울대병원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무기한 병원을 떠난다는 계획이다. 응급실과 분만, 중증·희귀질환자 등에 대한 진료나 수술은 이뤄지고 있지만 의료공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조 청장은 여의도에서 예정된 전국의사총궐기대회와 관련해 "집회·시위 관련 일관된 기조에 따라 신고된 집회는 얼마든지 보장하겠지만, 신고 범위를 벗어나거나 다른 불법 행위가 있으면 법에 따라 엄정 조처하겠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단체의 집단휴진이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진료거부에 해당한다고 본다. 의료법 제15조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전공의 집단 사직을 부추긴 혐의(업무방해 등)로 전현직 의협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환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두 차례 경찰에 출석한 임현택 의협 회장에 대한 추가 소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청장은 "임 회장이 1시간도 채 안 돼 조사를 거부하고 일단 귀가했다"며 "다른 간부들은 어느 정도 다 확인했으나 임 회장에 대해선 더 확인할 게 있어 추가 소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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